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72757450
· 쪽수 : 496쪽
책 소개
목차
목차 없는 상품입니다.
리뷰
책속에서
맨 먼저 엄습한 것은 냄새였다. 매케나는 그 냄새를 즉시 알아차렸다. 향내와 고기 썩는 냄새가 뒤섞여 그의 오감을 들쑤셨다. 24시간도 안 되어 두 번째로 맞닥뜨리는 인간 제물이었다. 이래저래 마음을 다잡고 충격을 다스렸다지만 어젯밤 보았던 광경은 그를 바닥부터 흔들어놓았다. 경찰 일 하면서 시체를 한두 번 본 것도 아닌데! 별의별 꼴을 다 보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 사건에는 ‘흉측한 것’과 ‘신성한 것’이 거북하고 심란하게 엉켜 있었다. 어떻게 사람을 상대로 이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인간이 얼마나 악으로 똘똘 뭉쳐야 사람 배를 가르고 생선 내장 빼듯 장기를 꺼낸 다음 그 사람을 사랑하는 이들이 그 꼴을 보거나 말거나 내버려두고 갈 수 있을까? 이성을 지녔다는 인간이 불행의 막장 그 어디까지 내려가면 이렇게 끔찍한 짓을 저지르게 되는 걸까?
“그들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우는 거예요.”
매케나의 고개가 또 한 번 돌아갔다. 범죄학자는 전방 도로만 응시하고 있었다.
“뭘 알고 있소?”
“이런 걸 직감이라고 하죠.” 달리아는 그렇게만 말했다. “메시지에서 분명히 희생 제물이라고 했어요. 희생은 자기가 사랑하는 것으로만 바칠 수 있죠. 성경과 쿠란에서 하느님이 아브라함에게 요구한 희생 제물은 이사악이었어요. 아브라함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외아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존재였죠. 노러 줄러이에게는 아마 자기 젖으로 키운 앤드루 쿠마가 그런 존재였을 겁니다.”
매케나는 알고 있었다.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탈이 나게 마련이다. 그건 경험으로 아는 바였다. 빠르건 늦건, 아이는 진실을 발견한다. 그 진실이 변태變態가 채 끝나기도 전에 유년기의 번데기를 부숴버린다. 자기가 이미 성충인 줄 아는 애벌레에게 진실은 위험의 동의어다. 그래서 소위 균형이라는 것을 유지하려고 전염병 피하듯 진실을 피하는 것이다.
질리언 한 사람만이 매케나의 거짓을 치유할 수 있었다. 그녀와 함께 새집 현관으로 들어서면서 매케나는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었다. 질리언 덕분에 아이들은 그 병에 면역력을 타고났고 그들이 꾸린 가정에서 진실은 잡초처럼 무성하게 자라났다. 그러나 질리언이 떠나면서 애초에 그녀가 안고 온 삶의 방식도 함께 가져가자 매케나의 해묵은 천성이 득달같이 되돌아왔다.
진실은 함께 나눔으로써 더 크게 자란다.
거짓은 비밀을 먹고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