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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72757931
· 쪽수 : 340쪽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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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그는 언젠가 독자 고충 사연을 싣는 신문 칼럼에서 어느 ‘불행한’ 주부가 남편이 자신에게 충분한 ‘공간’을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편지를 보낸 것을 읽고 불평할 것도 참 없다고 냉소적으로 비웃었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그 주부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프리실라가 늘 집 안에서 냄비와 접시들을 이리 쨍그랑 저리 쨍그랑거리며 모든 것을 멋대로 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마을 여자들이 시도 때도 없이 경찰서에 몰려와 있는 것도 한 가지 이유였다. 그들은 프리실라가 바꾸어 놓은 이런저런 것들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 댔고, 덕분에 경찰서는 늘 여자들 목소리로 가득했다. 그는 오늘도 종일 경찰서가 여자들로 발 디딜 틈 없으리라 확신했다. 로흐두에서 새 전기스토브는 마돈나가 집에 찾아온 것만큼이나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피터 하인드는 키가 175센티미터쯤 돼 보였다. 얼굴과 몸은 황금빛으로 보기 좋게 그을려 있었다. 늘씬한 근육질 몸매에, 금빛 머리칼은 모자처럼 머리 위로 돌돌 말려 있었고, 그 아래로 높이 솟은 광대뼈에, 황금빛이 도는 갈색 눈동자 주위를 둘러싼 속눈썹은 짙었으며, 단호해 보이는 입술은 그린 듯이 모양이 멋졌다. 목선은 고대 조각가들이 꿈꿀 만한 모양이었다.
“안녕하세요.” 그가 말했다. “경찰관 자격으로 오신 건가요?”
“아니요.” 해미시가 말했다. “그냥 인사차 방문했습니다.”
피터가 갑자기 미소 지었고, 해미시는 갑작스러운 빛의 폭발이라도 목격한 사람처럼 눈만 끔뻑거렸다. 미소가 젊은 남자의 얼굴을 환하게 밝혀 주었다.
“아가씨 미래도 보이거든.” 그의 목소리가 낮게 노래하는 듯 기이하게 바뀌었다. 프리실라는 그러지 않으려 애썼지만 이상하게 최면에 걸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가씨는 맥베스와 결혼하지 않을 겁니다. 아름다운 남자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 테니까.”
프리실라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 앵거스 씨, 농담도 심하시네요. 해미시에게는 동성애적인 성향이 전혀 없어요.”
“난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요. 아름다운 젊은 청년이 나타나서,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 거라는 말이에요.”
프리실라는 핸드백을 챙겨 들었다. “저 역시도 해미시를 배반할 의도 같은 건 전혀 없어요. 실은 해미시도 충분히 아름다운 청년이거든요.”
그녀는 경찰서까지 차를 몰았다. 그러나 부엌문을 두드리려고 손을 들었을 때, 안에서 남자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나왔다. 그녀는 집 뒤로 돌아가 부엌 창을 들여다보았다. 해미시와 브로디 선생이 부엌 식탁에 앉아 있었고, 앞에는 뚜껑이 열린 위스키병이 놓여 있었다. 해미시는 프리실라가 근래 보았던 그 어떤 모습보다 더 편안하고 즐거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