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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72758624
· 쪽수 : 204쪽
책 소개
목차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살인출산
트리플
청결한 결혼
여명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살인출산 시스템이 해외에서 도입된 것은 내가 태어나기 전이다. 훨씬 전부터 제안되긴 했지만, 열 명을 낳으면 한 명을 죽여도 되는 그 시스템이 일본에서 실제로 채용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살인 반대파의 목소리도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채용되고 나니, 그쪽이 훨씬 자연스러운 흐름이란 걸 모두가 깨닫게 됐다고 학교 교사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생명을 빼앗는 자가 생명을 만드는 역할을 맡는다. 마치 고대부터 그래 왔던 것처럼 그 제도가 우리 세상에 녹아든 거라고 교사는 열변을 쏟아 놓았다.
연애와 섹스의 결과물인 임신이 사라진 세상에서 우리에게는 어떤 강렬한 ‘생명의 계기’가 필요했고, ‘살의’야말로 그 충동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_ 「살인출산」에서
“모리오카 씨는 죽이고 싶은 사람 있어요?”
사키코의 질문에 “아이, 왜 그래요, 그냥 지카라고 불러도 돼요”라고 대답한 지카가 과자를 씹으며 한동안 허공을 바라보고 생각에 잠겼다.
“으―음. 아주 살짝 그런 마음이 드는 사람은 많긴 하죠. 옛날 남자 친구가 바람피운 상대랑 곧 결혼한다는 소식이 들리니까 죽이고 싶고, 오늘 아침에 마주쳤던 치한도 죽이고 싶고, 으음 그리고 또 이 회사에서는 팀장이라고 해야 할까. 그 사람, 정말 히스테릭한 궁녀 느낌이라 열받아요. 실수도 다 상대 탓으로 돌리고. 정말 어이없지 않아요?”
“으응, 뭐 하긴.”
적당히 맞장구를 쳐 주자, 지카가 새 매미를 집어 들고 어깨를 움츠렸다.
“하지만 ‘출산자’가 되면서까지 죽이고 싶진 않아요. 그건 목숨 걸고 해야 하는 일이고,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죽이고 싶을지도 모르겠고. 살인이란 건 충동이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계속 유지할 순 없죠. 그래서 ‘출산자’가 된 미즈호 씨 같은 사람은 정말 선택받은 사람이구나 싶어요.”
_ 「살인출산」에서
“우리 반 여자애들은 열다섯 명 중에 여덟 명이 지금까지 살의를 품은 적이 있대. 이 나이에 벌써 절반이 넘는 아이들이 살의를 품었던 거야. 이 책에는 이런 말도 나왔어.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 살의를 품는 타이밍이 인생에 네 번 있다. 첫 번째는 남자아이의 경우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 여자아이의 경우는 2차 성징 시기로 초등학교 4학년부터 5학년 무렵이다. 두 번째는 남자나 여자 모두 열네 살에서 열여덟 살 무렵. 사춘기의 불안정성이 살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는 사회인이 된 후인데, 양쪽 다 스물네 살쯤. 여성은 연애, 남성은 일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네 번째는 여성은 서른 살, 남성은 서른네 살. 이때 대상은 결혼 상대나 시부모 같은 가족, 또는 회사 부하 직원이나 상사 등 다양하다. 어떤 계기로 누군가에게 한 번 살의를 품었던 사람은 그 후로도 다른 사람에게 살의를 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무에게도 살의를 품지 않고 죽는 사람의 비율은 5퍼센트.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은 누군가에게 살의를 품는다.”
_ 「살인출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