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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72758860
· 쪽수 : 232쪽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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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패트릭은 평생 동시에 두 곳에 있어야 할 필요 때문에 지쳤다. 몸 안에 있는 동시에 몸 밖에, 침대에 있는 동시에 커튼 봉에 있어야 했다. 한쪽 눈은 안대를 하고 다른 쪽 눈은 안대를 보았다. 의식 불명이 되어 관찰을 중단하려고 하면 의식 불명의 언저리를 관찰해서 어둠을 밝히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활동을 취소하지만 결국 의도했던 무관심은 마음이 싱숭생숭해져 손상을 입었다. 그런가 하면 동음이의어에 끌리다가도 그 모호함의 바이러스에 반발했다. 긴 문장을 반으로 갈라 그것을 ‘그러나’라는 단서를 축으로 삼아 연결해 보고 싶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확실한 기술로 긴 혀를 펴서 멀리 있는 파리를 잡는 도마뱀붙이처럼 긴 문장을 구사하는 솜씨를 발휘해 보고도 싶었다. 자기 파괴적 반어법을 피하고 직설적으로 말하고 싶었지만, 실제로는 반어법으로 전할 수 있는 것만을 말했다.
_「1」
아버지가 죽고 8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청년기는 지나갔지만, 그 자리에 성숙의 흔적은 없었다. 슬픔과 탈진이 증오와 광기를 숨기는 경향을 ‘성숙’이라고 하지 않는 한은 그랬다. 많아지는 선택지와 두 갈래 길을 늘 마주한 듯한 느낌은 어느새 긴 실종 선박 목록을 보며 부둣가에 서 있는 것 같은 황량한 느낌으로 대체되었다. 여러 치료소를 거쳐 마약을 끊었지만, 문란한 성생활과 파티는 지휘관을 잃은 군대처럼 미적미적 행군을 계속했다. (…) 패트릭은 2년 전 마약 기운이 떨어졌을 때, 항상 맑은 정신으로 있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 그것은 중단 없는 의식의 연속이었고, 골수를 뽑아낸 뼈처럼 속이 빈, 흐릿한 백색의 터널 같은 것이었다. (…) 무엇보다 안 좋았던 경험은, 마약을 끊으려는 몸부림이 점점 더 성공을 거둠에 따라 그 몸부림은 아버지처럼 되지 않으려는 몸부림을 위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
_「1」
이즈음 패트릭이 빠져 있던 자기혐오는 말라리아 모기가 들끓는 정체된 습지와도 같았다. 그는 20대 초 극적인 분열을 동반한 비아냥거리는 배역들이 그리울 때가 있었다. 이 인물들을 불러들일 수는 있었지만 그들은 활기를 잃은 듯했다. 그는 복화술사의 인형이 되는 고통을 잊고 그 대신에 그 강렬함으로 불쾌함을 벌충하던 과거의 한 시기를 몹시 그리워하게 된 것이다.
_「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