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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72759515
· 쪽수 : 612쪽
책 소개
목차
1. 먼저 사랑이 옵니다
2. 그리고 두 사람은 결혼했습니다
3. 그리고 아기는 유모차를 타고 옵니다
4. 젠장, 빌어먹을, 씨발
5. 현명한 사람들
6. 커다란 웅덩이
7. 킨더가튼
8. 야생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현관에서 남자가 문을 두드리고 있다. 아폴로가 문을 열면 남자는 밀치고 들어온다. 남자는 아폴로 앞에 무릎을 꿇는다. 남자는 원래 얼굴이 있는데 그 얼굴을 떼어버린다. 그 아래 드러나는 얼굴은 아빠의 얼굴이다. 브라이언 웨스트가 입을 열고, 그러면 그 입에서 구름이 흘러나온다. 아폴로는 아빠의 목에서 안개가 새어 나오는 것을 바라보며 울기 시작한다. 안개가 아파트 안을 가득 메워 아이는 앞을 볼 수가 없다. 아빠가 그를 들쳐 안는다. 그러면 거세게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데, 폭포 소리처럼 큰 물소리가 아파트를 가득 채운다. 아빠는 아이를 데리고 안개 속으로 들어간다. 마침내 아빠는 아이에게 말한다. 바로 이때 아폴로는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는 것이었다.
이 악몽은 몇 주 동안이나 밤마다 아이를 찾아왔다. 아폴로는 잠드는 것을 거부했고, 릴리언도 어느 순간에 아들이 겁에 질릴 것을 알기 때문에 잠들 수가 없었다.
넌 나랑 같이 가는 거야.
꿈에서 브라이언이 아폴로에게 한 말이었다.
아들을 애써 달래며, 릴리언은 왜 잠에서 깰 정도로 그 말이 그렇게 무서운 거냐고 물었다. 아이의 대답에 그녀는 살과 뼈가 흩어져 산산이 부서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가 운 것은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그리움 때문이었다.
“왜 아빠가 날 안 데려갔어요?”
그 짧은 순간 동안 아폴로는 아들과 단둘이 남겨졌다. 아폴로는 셔츠의 단추를 풀어 피부에 직접 닿도록 해서 아기를 부드럽게 안았다. 아기는 울지도 않고, 아직 눈도 깜박이지 않고, 그저 작은 입만 빠끔거릴 뿐이었다. 아폴로는 숨을 들이마셨다가 첫 숨을 내쉬는 아들을 지켜보았다. 그는 한참을, 한 시간 아니면 영원의 순간 동안, 그 작은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브라이언이라고 부를까?” 아폴로는 목이 메었다. 지금 당장, 탄생의 순간에 이걸 물어볼 생각은 없었고, 사라져버린 아버지의 이름을 아들에게 붙여주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이 질문, 이 바람은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마치 그것이 몇 년 동안이나 그의 입속에 묶여서 숨어 있었던 것처럼.
“나 그 이름 좋아.” 마침내 에마가 말했다. 그녀는 돌아서서 아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아폴로는 아기의 뺨에 자신의 뺨을 댔다.
“안녕, 브라이언.” 그가 속삭였다. “널 만나서 정말 행복하구나.”
브라이언이 잠결에 한숨을 쉬었다. 만족스럽고 편안해 보였다. 일곱 번째 상자는 이따 열어봐도 된다. 아폴로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에마가 브라이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싶어 할 테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두 사람의 아기가 잠들어 있는 성스러운 모습. 그는 사진을 열한 장 찍어 전부, 초점이 안 맞은 것까지 전부 에마의 폰으로 전송했다. 못 찍은 사진들도 차마 삭제할 수가 없었다. 그러고 나서 페이스북 앱을 열고 사진 열한 장을 전부 올렸다. 릴리언은 브라이언이 태어난 날 바로 페이스북에 가입했고, 언제나 아기의 사진을 더 많이 보고 싶어 했다. 그가 사진 업로드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였다. 심지어 그는 자신이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대놓고 조롱하던 그런 아빠가 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온라인 친구들이 모든 걸 달갑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라고 여기는 아빠들. 봐봐, 우리 아기가 반듯이 누워 있어! 그리고 이건 우리 아기가 또 반듯이 누운 사진이야! 이건 어때? 반듯이 누워 있는 흐릿한 아기 사진이야! 맙소사, 그런 허영심과 서사적인 자기중심주의라니. 그는 이런 것들을 다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브라이언의 사진 열한 장을 업로드했다. 품위 따위는 집어치우라지. 그는 사랑에 빠져 있었다. 아폴로는 ‘공유하기’를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