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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72759652
· 쪽수 : 128쪽
책 소개
목차
1부 우리는 슬픈 줄도 모르고
나의 끝 거창
모리재
기념일
우리는 슬픈 줄도 모르고
시
렛미인
학생
여기로 와
고백은 켜지고
경부고속도로
2부 허락 없이 놀러 와서
검고 푸른
서재
살아짐 사라짐
축하의 예외
이곳에 와서 알게 된 것
아주 먼 곳
종점
허락 없이 놀러 와서
빨간 날의 학교
근육
에세이 : 하나의 산과 인공호수 그리고 거창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노모의 직업은 걱정, 비도 그쳤는데
전화가 온다.
엄마, 무지개 봤어요? 금방 갈게요. 아니, 이제 없어요, 내다보지 마세요.
주공아파트 꼭대기 층에서 내다보면, 자라고 자라서 이제는 너무 커버린 아들의 정수리가 다 저녁 어둠으로 비 고인 바닥에 흥건할 테지.
일일연속극 볼륨은 점점 커지고
깜빡 조는 사이
주인공은 상대를 만나고 고난을 겪고 모든 것을 이기려고 사랑을 쫓아가서는
하얀 봉투를 받아 들고 돌아온다.
운다.
끝. 하지만 나는 안다. 그래도 아이는 자라서 눈이 멀 것처럼 환한 형광등 아래
새 떼들이 쪼아 먹은 낮말과 쥐 떼들이 갉아 먹는 밤말로
아름답고 서러운 이야기를 시작하리라는
것.
나는 알아서
정말 돌아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의 끝 거창」 부분
결국 사랑은 문장마다 튀어나온 돌부리 같아서
매번 넘어지기 위하여, 알지도 못하는
도착지 따위에 영영 도착하지 않기 위하여,
픽, 픽, 제 발로 쓰러져 쳐다보면, 언제가 퐁당 던
져버린 반지의 금빛 테를 가진
달
같은 것.
―「모리재」 부분
밤이
우리에게 들켜버린 어둠의 깊은 속. 소읍 비탈길 자전거로 내려올 때,
체한 것처럼
띄엄띄엄 켜진 가로등을 식히려고, 검은 목구멍을 열고 쿨럭쿨럭 마시던
달빛.
밤의 바깥은 얼마나 환하던지.
하얀 잿더미 속에서 걸어 나오는 가로수의 그을린 뼈 부수며 죽은 새들의 봄이 꽃잎으로 날아오르면
별들의 주파수를 잡은 것처럼 갸웃거리던 훈범과
밤의 보조개로 피식 웃던 영훈과
어둠의 바다가 해변으로 밀어내는 포말의 작은 눈을 반짝이던 승진,
우리는 슬픈 줄도 모르고
하늘의 뻥 뚫린 구멍을 바라보며
달 참 밝다, 말했다
―「우리는 슬픈 줄도 모르고」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