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73814442
· 쪽수 : 368쪽
책 소개
목차
천국의 문을 두드리다 009
나는 죽어서 천국에 온 것 같다 023
지상보다 천국 041
뒤통수 맞다 050
네 번째 천국으로 내쳐지는 사람들 061
[내 생애 최고의 열흘] 그 첫 번째 날 067
천국에서 보내는 구조 요청 086
[내 생애 최고의 열흘] 그 두 번째 날 088
천국이여, 저를 도우소서 108
[내 생애 최고의 열흘] 그 세 번째 날 123
천국의 앨리스 147
[내 생애 최고의 열흘] 그 네 번째 날 169
고마워요, 천국 씨 196
[내 생애 최고의 열흘] 그 다섯 번째 날 202
천국이 뭐 이래 224
[내 생애 최고의 열흘] 그 여섯 번째 날 225
천국과 비슷한 것 250
[내 생애 최고의 열흘] 그 일곱 번째 날 266
한 발을 천국에 걸치고 287
[내 생애 최고의 열흘] 그 여덟 번째 날 301
[내 생애 최고의 열흘] 그 아홉 번째 날 317
[내 생애 최고의 열흘] 그 열 번째 날 337
천국만이 아는 것 356
천국의 문을 두드리다 361
리뷰
책속에서
나는 오늘 죽었다. 황당하게도. 솔직히 나는 안 죽을 줄 알았는데.
나는 자기 관리에 철저한 사람은 아니었다. 체육관은 일주일에 세 번 갔다(사실은 두 번, 아니, 한 번만 가거나 아예 가지 않은 적도 많다). 먹고 싶은 건 원하는 만큼 실컷 먹었다.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긴 했지만 과자로 끼니를 때울 때가 너무 많았다. 주말이면 술을 퍼마셨고 주중에도 가끔 마셨다(어젯밤도 마셨고 그저께 밤에도 마셨던 것 같은데…… 기억은 안 난다). 잠은 꼬박꼬박 여덟 시간씩 잤다(수면제 먹고). 하지만 언젠가 내가 세상을 뜰 거라는 생각은, 죽을 거라는 생각은, 숨이 끊어질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한 적 없다. 무슨 말인지 알죠?
어쨌거나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결국 이렇게 끝날 거라는 사실을 인정했더라면 술과 담배는 물론 마약까지 종류별로 실컷 해보는 건데 그랬다. 체육관에도 가지 않았을 거고 해마다 건강검진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걱정한 것도,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여자 친구들에게 하소연한 것도 부질없는 짓이었다. 부모님은 나를 앉혀놓고 내 인생의 향방에 대해 걱정하셨지만 그것 역시 부질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스티브랑 잤어야 했다(피임하지 말고). 그에게 차이기 전에 말이다. 숫처녀 행세를 하면서 “한 달 이상 데이트하지 않은 남자와는 잔 적 없다”라고 그에게 뻥치지 말았어야 했단 말이다. 반면에 신용카드의 한도가 다 찰 때까지 옷과 신발, 가방을 사들인 건 참 잘한 일 같다. 노후 대비는커녕 동전 한 닢 저축하지 않은 것 또한 아주 만족스럽다.
오프라의 드레스를 입어보기 위해 입고 있던 옷을 벗었는데, 언뜻 거울에 내 모습이 보였다. 이건 뭐지……?
“할머니? 내 피하지방과 가슴의 튼 살은 어디 갔을까요? 살이 4, 5킬로그램은 없어졌어요.”
할머니가 내게 외쳤다.
“아유, 마지막으로 말하마! 여긴 천국이야! 피하지방도, 가슴의 튼 살도, 종기도, 여드름도, 개기름도, 쩍쩍 갈라지는 손도, 굳은살도, 튀어나온 엄지발가락 뼈도, 사마귀도 없단다! 넌 죽었어, 영혼이라고!”
그 순간 나는 몇 초간 기절해버렸다. 정신을 차렸더니 할머니가 나를 굽어보고 있었다.
“실컷 먹어도 살찌지 않는다는 걸 너한테 말해도 될지 모르겠구나.”
“입주 시험이요? 테스트를 한단 말이에요?”
그녀는 내 손을 다시 잡으며 말했다.
“전혀 걱정할 거 없어요. 최악의 경우라고 해봤자 한두 단계 아래로 떨어지는 거니까요.”
“한두 단계?”
“떨어져봤자 네 번째 천국 정도예요.”
“아깐 한두 단계라고 해놓고 이젠 세 단계나 건너뛰네요! 나 얼마나 나쁜 거예요?”
“알렉스, 네 번째 천국도 천국이에요. 여기 천국과 같지 않을 뿐이죠.”
천국에 도착한 이후 처음으로 식욕이 싹 달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