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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73816118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10-10-25
책 소개
목차
초록 벚나무
동생
친구의 친구
간다 씨
비를 피하며
불룩불룩
미나미 초등학교, 포에버
플라네타륨
겐타의 해 질 녘
버스를 타고
가물치
무릎팍
노천온천에서
오코타
바를 정(正)
두근두근
수건
역자 후기
책속에서
무의식중에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의식중에 목소리를 높였다.
“아빠!”
들리지 않았는지, 그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속 걸어만 간다. 뒷모습도 그렇고 걸음걸이도 그렇고 체형이나 머리스타일까지 그렇게 똑같을 수가 없다.
하지만 아빠는 죽었다. 이제 없다. 있을 리가 없다. 그 당연한 사실이 한순간 머릿속에서 싹 사라지고 말았다.
“아빠! 아빠! 아빠아!”
소리 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전력질주다. 다리가 가볍다. 몸도 가볍다. 하늘을 날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소년의 몸은 가속도를 더해 갔다. -<겐타의 해 질 녘>에서
재혼은 하지 않겠다, 라고 엄마는 결정했다. 결혼 전부터 직장에 다니고 있고 소년이 스무 살이 될 때까지는 아빠가 매달 양육비를 입금시키기로 했으니 생활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이혼한 직후에는 “조금만 기다려, 엄청 멋진 아빠를 찾아줄 테니까.”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는데, 며칠이 지나자 그런 이야기도 이제 입에 담지 않게 되었다.
“이제 남자라면 아주 지긋지긋하다.”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났을 때, 거실에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던 엄마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남자’에 자기도 포함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소년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게 바로 며칠 전의 일이다. - <노천온천에서> 에서
새해가 되기 전부터 긴장하고 있었다.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가 않고 왜 그런지 가슴이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는 거다.
반 친구들 모두에게 전화를 걸어 “누구 뽑을 거야?”라고 묻고 싶다.
하지만 그게 꼴사나운 짓이라는 건 소년도 잘 알고 있다. 선거에 집착하는 걸로 오해를 받아 “뭐야, 너, 학급위원 하고 싶은 거야?”라는 말을 듣기라도 한다면 창피하고도 분해서 어쩌면 학교에 못 가게 될는지도 모른다.
학급위원이 되고 싶은 건 아니다. 정말이다. 거짓말 아니다.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정말이지 진심으로, 학급위원 따위 귀찮을 뿐이다, 라고 생각한다. - <바를 정(正)>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