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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73819164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07-10-19
책 소개
목차
제1부 호청년
제2부 안녕, 언젠가
역자 후기
리뷰
책속에서
유타카는 자신이 계속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가끔 있었다. 어떻게 이토록 필사적으로 살아야 하는 것인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인생에 휘둘려 살아온 것을 이따금 후회하기도 했다. 성공한 지금도, 도무지 성공했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순풍에 돛 단 인생을 살면서 무엇 하나 불만스러웠던 적이 없다. 그런데도 늘 마음속 어딘가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듯한 기분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그 구멍은 해가 갈수록 커졌다. 그 원인은 잃어버린, 그리고 지워 없애려 한 청춘의 한때, 그 소중했던 날들의 기억의 잔재 때문임을 지금 깨달았다.
약속한 8시 30분이 될 때까지, 유타카는 거의 심장이 마비될 것 같은 기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서머셋 몸 스위트의 침대에 누워 천장의 희미한 얼룩을 응시하면서, 이 기이한 만남이랄지 장난 같은 운명에 가슴 설레어 했던 것이다. 설렘 따위, 솔직히 말해 지난 25년간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이다. 그런 감정은 토우코와 헤어지던 날 함께 버렸다.
따라서 자신 속에 아직 무언가에 대해 설레는 마음이 남아 있다는 데 놀라고, 또 흥분했다. 쉰을 넘기고 예순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 마치 젊은 사람처럼 가슴 뛰는 자신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일은 앞으로의 인생에서 두 번 다시 없을 거라고, 엄하게 자신을 타일렀다.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면, 이렇게 나타난 우연한 해후는 신의 장난이라고밖에 여길 수 없다. 아니, 우연이야말로 언제든 인생에 의미의 빛을 던지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우연이란 미리 예정된 일을 의미했다.
“지금 무슨 생각해?”
토우코가 유타카에게 뺨을 밀어붙이며 물었다. 유타카가 토우코의 귓가에 속삭였다.
“죽어도, 당신을 못 잊지 않을까 생각했어.”
토우코는 유타카에게 팔을 두른 채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유타카는 그녀의 커다란 눈동자 속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눈부신 태양 빛과 함께 자신이 그곳에 비친다는 것이 기뻤다. 화상이라도 입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세상은 뜨거웠다. 그 열정 속에서만, 두 사람은 강하게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도.”
토우코는 확실하게 고했다.
“미래의 일은 생각하지 마. 우리에겐 지금밖에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