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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74283872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12-12-29
책 소개
책속에서
노인은 어둠속에서도 아침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노를 저으면서 날치가 물에서 떠오를 때 내는 부르릉하며 떠는 소리와, 그 빳빳이 세운 날개가 어두운 밤하늘을 가르는 쉿쉿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바다에서는 날치들이 제일가는 친구여서 그는 날치를 좋아했다. 그는 새를 가여워했는데, 특히 조그맣고 약한 검은 제비갈매기처럼 항상 날아다니면서 먹이를 찾지만 거의 찾지 못하는 새들을 보면 더욱 그랬다. 도둑새나 힘센 새를 제외한 새들은 우리보다도 더 고달픈 생활을 하는구나, 그는 생각했다. 잔학할 수 있는 바다에 어째서 제비갈매기처럼 약하고 가냘픈 새를 만들어놓았을까? 바다는 다정하고 대단히 아름답지. 하지만 잔학할 수도 있고 갑자기 그렇게 되기도 하지. 슬프고 약한 소리로 울며 수면에 주둥이를 처박고 먹이를 찾아 헤매는 저 새들은 바다에 살기에는 너무도 연약하지 않을까.
그는 바다를 생각할 때 항상 ‘라마르’라는 말을 떠올렸다. 그것은 바다를 사랑하는 이 지방 사람들이 바다를 부르는 스페인어였다.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때로는 바다를 나쁘게 말하지만, 그들은 늘 바다를 여성인 양 말했다. 젊은 어부들 중에서 낚시찌 대신에 부표를 사용하거나 상어의 간을 팔아 번 돈으로 모터보트를 구입한 사람들은 바다를 남성으로 ‘엘마르’라고 불렀다. 그들은 바다를 투쟁 상대나 일터, 심지어 적인 것처럼 불렀다. 그러나 노인은 항상 바다를 여성이라고 믿었고, 큰 은혜를 베풀어주거나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여겼으며, 설령 바다가 거칠게 굴거나 화를 끼치는 일이 있어도 할 수 없는 일이겠거니 생각했다. 달은 여인에게 영향을 미치듯이 바다에게도 미치지, 그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