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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불교 > 불교 문학
· ISBN : 9788974795726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10-01-20
책 소개
목차
01 희/망/발/원
시작하는 겨울
땅끝에서 시작하는 희망의 발원
이른 새벽, 먼 산을 치고 되돌아오는 범종소리를 들어보라
절과 마을의 아름다운 공존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감동적인 설날 풍경
오롯이 자기를 만나는 내밀한 시간
02 수/행/과 축/제/
일어나는 봄
밥 한 톨 남기지 않는 완벽한 공양
참 나를 만나다
겨울공부를 마치고난 해제철 풍경
운력을 한다고 하면 송장도 벌떡 일어난다
신명나는 축제 부처님 오신 날
산사(山寺)의 일상에서 마음을 쉬다
03 기/억/과 소/통/
길 위의 여름
자, 차나 한 잔 하십시다
콜라에는 고기도 안 들어 있는데 왜 안 줘요
삶의 방향을 가리켜 주는 별이 되어…
절집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아름다운 작별인사, 49재
사람을 만나며 나를 만나는 길
04 회/향/과 나/눔/
깊어가는 가을
훤희 비추는 보름달을 꽃등 삼아
절대적인 믿음으로 올리는 감사의 불공
우리네 마음에 달님·별님·사람님을 모시나이다
시골 절과 작은 학교의 아름다운 공생
세월의 흐름을 한 순간에 찍어내다
깨달음의 길을 걷다
꿈의 산책로를 걷다
부록
-금강 스님을 말한다
낮은 곳에서 깊어지리라(법인 스님)
-나를 햇빛 속에 춤추게 했네(박남준 시인)
-땅끝마을 미황사의 성공전략(서화동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차장)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미황사는 제법 알려진 곳이어서 가족이 함께 구경하러 오거나 떼를 지어 온 답사객들이 종종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미황사에 와서 차를 마시고 간 사람들의 입을 통해, 미황사에 가면 주지 스님이 공짜로 차를 주고 인생 상담도 해준다는 소문이 퍼졌다. 입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무서운 속도로 퍼져나갔다.
어느 날 방문을 여니 마루에 즐비하게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차 맛을 보겠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날마다 아침 9시부터 마시는 차가 오후 6시가 되어야 끝이 나곤 했다. 몸이 차로 가득 차, 바늘로 손끝을 찔러보면 푸른 찻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았다.
그렇게 미황사 차 맛을 본 사람들이 늘어갔다. 미황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원인이기도 했다. 절을 둘러보러 온 사람들에게 절은 언제나 낯선 공간이다. 그러면서도 호기심 가득 찬 눈길로 바라보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은 언제나 절에선 낯선 이방인일 뿐이다. 그들이 미황사에서 손님이 되어 만화경 속 같은 경내의 한켠을 구경할 수 있었으니, 그것만으로 미황사를 좋아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 '자, 차나 한 잔 하십시다' 중에서
문득 20여 년 전 일이 생각난다. 무주에 살 때인데 광주에 나왔다가 막차를 놓치고 갈 곳이 없어 광주공원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었다. 여름이라 공원에서 밤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의자에 앉았으니 한 사람씩 다가와 자기 삶의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더니 고맙다며 가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을 뿐인데 마치 해결책이라도 가르쳐준 냥 고마워했다. 그때 그들을 보며 내가 부족한 것이 무엇이며, 무얼 어떻게 채워야할지 크게 발심했던 기억이 난다. 이렇듯 수행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사람들 속에서 나를 보는 것이다. 그때야 비로소 자신의 진면목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 '사람을 만나며 나를 만나는 길' 중에서
땅끝. 땅의 끝이라. 사람들에게 땅끝은 무엇일까?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지점에서 어찌해볼 수 없는 쓰디쓴 절망을 맛볼까? 그 막막한 끝에 서면 도리어 삶에 대한 강한 욕망이 꿈틀거릴까? 그도 아니면 ‘한 발 내딛어보자.’ 땅끝과 배짱 좋게 대면하는 이도 있지 않을까? 땅끝과 마주한 사람들의 마음은 저 생긴 대로 제각각이겠으나 ‘땅끝’이 주는 말맛이 예사롭지 않는 이상 ‘땅끝’은 간단한 이름의 땅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즈음 시작을 도모하는 이들이 찾아와 도보여행의 첫 깃발을 꽂는 곳이 여기 땅끝이다. 그들에게 땅끝은 땅이 시작되는 첫 지점인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들은 한 자도 되지 않는 콘크리트길을 위험하게 걷는다.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 뒤꽁무니를 따라 위태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다. 설렘, 멋스러움과 거리가 먼 여행길을 걷는 것이 안타깝다.
- '꿈의 산책로를 걷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