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 ISBN : 9788974839925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19-08-25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 존엄한 삶에 대한 확신의 파괴 _혐오표현
★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행위
소수자를 겨냥한 낙인 | ‘그냥 말’은 없다
★ 언어로 하는 구타 : 모욕
“난쟁이가 욕심도 많다” | 온라인이라는 숙주
★ 증오의 촉진 : 선동
“이주여성이 와서 서민들의 일자리를 뺏는다” | 교묘히 은폐된 편견들
★ 열등한 신분의 창조 : 종속
“호남 출신 사람들은 뽑지 말라” | 표현의 권력은 평등하지 않다 | 성적 대상화의 문제
★ 묵살과 왜곡의 이중주 : 무시
“그냥 밥하는 아줌마들” | 언어가 있어도 말할 수 없는 이유 | 그들이 원한 것이다?
× 어떤 게 혐오표현일까?
2 모욕당하고 배제된 타자들의 이름 되찾기 _대항표현
★ 차별과 폭력을 무효화하는 행위
말대꾸의 세 가지 도구
★ 객관적 정황의 재현 : 사실성
거짓에 기초한 혐오표현의 논박 | ‘예멘 합동결혼식’의 진실
★ 관습의 교란 : 정당성
“오백만 년 전에 하던 소리” | 을들의 반란
★ 내면에의 호소 : 진정성
혐오의 신화 | “부모한테 자식은 지겨울 수가 없어요”
★ 전복, 탈환, 패러디 : 산발적 대항
“남자가 웃어야 집안이 평화롭다” | www.하나님은 동성애자들을 사랑하신다.com | “성 상품화가 왜 나빠요?”
★ 혐오를 허용하는 사회 : 지속적 대항
개별적 저항의 한계 | 국가 차원의 말대꾸 | “오늘 우리는 ‘혐오의 시대’와 결별을 선언한다”
× 좀 더 교묘한 혐오표현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보론 그럼에도 혐오할 자유가 있다고 말한다면 _표현의 자유
★ 진리 논증
표현은 우리를 진리로 이끈다 | 진리와 관련이 없는 표현들 | 중립주의의 허점
★ 권리 논증
혐오할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 누구의 권리인가?
★ 민주주의 논증
공론장의 선결 조건 | 전쟁터는 수호하지 않는다
★ 미끄러운 경사면 논증
금지하는 것은 설득하는 것이 아니다 | 일베의 폭식투쟁을 경찰이 보호할 때
★ 역량 논증
사람다운 삶을 위한 무기 | “너 하나 병신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
주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비트겐슈타인의 관점은 후에 영국의 철학자 오스틴John Langshaw Austin으로 이어졌고 ‘일상언어학파Ordinary Language School’라는 연구 분야를 탄생시켰다. 일상언어학파에서 주로 연구하는 언어는 추상적인 논리나 명제가 아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실제 언어’다. 앞으로 다룰 혐오표현과 같은 일상언어 자체를 철학적 탐구와 분석의 대상으로 삼아 연구할 수 있는 길이 생긴 것이다.
오스틴의 대표적인 저서, 《말을 가지고 행위하는 법》의 제목은 ‘우리는 언어를 통해 다양한 행위를 하며, 언어는 곧 행위’라는 일상언어학파의 관점을 집약적으로 보여 준다. 언어 또는 표현이란 단순한 소음이나 입술의 움직임을 통해 내뱉어진 말이 아니라, 어떤 의도가 담긴 행위Act라는 것이다. … “불이야!”라는 말, “문이 열려 있구나”라는 말, “바닥이 미끄럽다”라는 말, “쟤, 동성애자래” 같은 말들 역시 단순히 사실을 보고하는 말이 아니다. 이 말들은 모두 무언가를 의도하고 있다.
오스틴의 견해를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혐오표현을 단순한 진술문이 아니라 수행문으로, 표적 집단에 가해지는 언어적인 폭력행위로 볼 수 있게 된다. 지하철에서 흑인을 가리키면서 “껌둥이다”라고 하거나, 남성 동성애자 커플을 향해 “쟤네 똥꼬충이네”라고 하는 것은 그들이 흑인이거나 동성애자임을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진술문이 아니라 그들을 모욕하고 차별하는 수행문이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김치년!”과 같은 표현은 실제 존재하고 있는 일부 여성들을 중립적으로 지칭하는 진술문이 아니다. 여성을 향해 표출된 혐오발화자의 차별적인 언어폭력이다.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자유주의자들은 더 많은 표현more speech을 통해 혐오표현의 해악을 논박할 수 있다고 낙관한다. 그들은 사상의 시장의 풍부함과 무질서함을 사랑하며, “수천 송이의 꽃이 피게 만들어라. 심지어 독을 가진 꽃이라 하더라도”라고 태연하게 말한다. 말은 말로 받아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적인 대항표현에는 한계가 있다.
철학자 막심 르푸트르Maxime Lepoutre에 따르면, 혐오표현에 대한 해법으로 개인적인 대항표현을 제시하는 것은 혐오표현의 피해자들에게 ‘맞대응하라’는 부담을 추가로 지우기 때문에 불공정하다. 피해자에게 그저 더 많은 말을 하라고 권유하는 건 또 다른 폭력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 자리에서 응수하는 것은 권력관계로 인해 어려운 경우가 많고,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앞서 닐슨의 연구에서도 살펴보았듯이, 혐오표현의 피해자들이 혐오발화자에게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혐오표현을 경험한 피해자들 대부분은 상황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것으로 여기면서 현실을 수용하고, 일상화된 범죄 피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대응을 포기하거나 위축된다. 대응할 경우 혐오표현이 물리적 폭력 피해나 위협으로 발전되거나 아웃팅, 실직 등의 구체적 권리 행사의 배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