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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88976045089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23-02-20
책 소개
목차
신대륙으로 007
사르가소 해 059
사라미 030
무풍의 바다 084
프라하의 봄 131
전쟁 176
겨울왕 218
조선소 인수 249
네 장의 카드 282
겉보기 회전점 319
바사 호의 전복 352
한복을 입은 남자 37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앉게!”
안토니오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루셀라니 수석부지배인의 자태에서 자수성가한 사람다운 강인함이 절로 느껴졌다. 루셀라니 수석부지배인은 날카로운 눈매로 한참 동안 안토니오를 살폈다.
— 도대체 무슨 일일까?
안토니오는 덜컥 겁이 났다. 하지만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왜 호출했는지 짐작이 가질 않았다.
“네가 작성한 것이냐?”
루셀라니 수석부지배인이 낙서로 가득한 종이를 집어들었다. 그제서야 안토니오는 전말을 알게 되었다. 안토니오는 사색이 되었다. 아무도 없는 창고에서 혼자 지내는 안토니오는 밤이 몹시 지루했다. 그래서 무료함을 달랠 겸, 산 마르코 창고에 들고나는 물품들을 가지고 틈틈이 회계제표를 작성하곤 했다.
“그렇습니다만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고…….”
안토니오는 서둘러 변명했다.
“하면 네가 작성한 것이 틀림없단 말이지?”
루셀라니 수석부지배인이 날카로운 눈매로 쏘아보았다.
“그렇습니다. 그것은 심심함을 달래려고 장난삼아 작성해본 것입니다. 전부 파기 시켰는데 어쩌다 그만……. 실수는 인정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실거래 내역과는 상관이 없으며 또 절대로 외부로 유출시키지 않았습니다.”
이럴 때는 솔직하게 답변하는 것이 상책이다. 안토니오는 있는 그대로를 가감 없이 밝혔다. 안토니오가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서 장난 삼아 한 일이라는 해명은 사실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델 로치 상사의 장부기재 방식이 왠지 엉성해 보였기에 송상(松商)의 회계방식을 한번 도입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안토니오는 송상의 회계공원이었던 부친에게서 송상에서 통용되고 있는 사개치부법(四介置簿法)을 익혔던 바 있다.
— 이것이 심심풀이 삼아 만든 것이라고?
루셀라니 수석부지배인은 어이가 없었다. 사실 루셀라니 수석부지배인은 안토니오를 처벌하려고 부른 게 아니고 강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낙서에 기재된 형식은 매우 정연하면서도 간편해서 한눈에 상사의 영업성적과 재무실태가 파악되었다. 여기에 실제 거래내역을 대입하면 델 로치 상사의 알몸이 고스란히 드러날 판이다. 도대체 처음 보는 이 회계방식은 무엇이란 말인가. 동양에서 온 청년은 심심풀이 삼아 작성했다고 했다.
“복식부기를 배웠느냐?”
루셀라니 수석부지배인은 궁금증을 누르며 안토니오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코레아라는 먼 동양에서 온 이 젊은이는 분명히 몇 달 전에 베니스에 도착했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복식부기를 배웠단 말인가. 아니, 베니스의 복식부기와는 다른, 아직 확실한 것은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정교한 회계기법을 구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곳의 부기방식은 모릅니다. 기재된 내역들은 제 고국에서 쓰고 있는 회계방식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안토니오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간략하게 사개치부법의 원리를 설명했다.
(...)
복식부기는 베니스에서도 전문 회계사 교육을 받은 자만이 다룰 수 있는 정교한 기술이다. 그런데 코레아라는, 처음 들어본 동양에서 온 젊은이는 그보다 더 뛰어난 회계기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구사하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 회계기법이 존재하고 있었단 말인가……. 루셀라니 수석 부지배인은 안토니오의 설명을 들으면서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렸다. 그러면서 일말의 경외심마저 느껴졌다.
(...)
루셀라니 수석부지배인은 처음에는 의혹의 눈초리로, 나중에는 놀라움으로, 그리고 지금은 두려움마저 느끼면서 안토니오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 코레아라는 나라는 도대체 어떤 나라인가? 그리고 너는 누구냐?
- 「델 로치 상사」
“일본 땅을 벗어나니 감회가 새로운 모양이군. 그래도 바람이 차니 조금 있다가 선실로 들어가는 게 좋을 거네.”
담 대인이 승업의 옆에 나란히 섰다. 담 대인은 전쟁이 끝나면서 그동안 단절되었던 교역이 재개되자 상담차 일본에 들렀다가 서여스님을 통해 승업의 얘기를 듣고는 우에스키가 깜짝 놀랄 만한 금액을 주고 승업을 넘겨받았고, 도시오는 닭 쫓던 개 신세가 되고 말았다. 승업은 나가사키로 옮겨진 후에 형식적으로 이탈리아 사람 안토니오 카를레티와 프란체스코 카를레티 부자(父子)의 노예가 되었고, 그의 배에 승선해서 마침내 일본을 떠나게 되었다.
- 「신앙의 신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