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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68363052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22-05-04
책 소개
목차
밀명密命
암운暗雲
을묘년乙卯年
원행園幸
용비봉무龍飛鳳舞
만천명월滿天明月
저자소개
책속에서
“급히 상의할 일이 있어서 불렀네.” 채제공은 일흔다섯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꼿꼿한 자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급한 일이라면…. 화성 공역장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일까. 그렇다면 화성 공역의 설계부터 참여해서 얼마 전까지도 현장에서 직접 공역을 지휘했던 약용과 상의하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눈치로 봐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무슨 일일까. 채제공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약용은 뭔가 중책을 맡았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주상께서 이 늙은이에게 또 중책을 맡기려 하시네.” “중책이라면….” 약용은 얼른 되물었다. 짐작은 틀리지 않았지만 선뜻 생각 나는 게 없었던 것이다. “원행園行을 준비해야 할 것 같네. 아무래도 이른 봄, 농사철이 시작되기 전이겠지.”
추 별감의 행패는 쉽게 그치질 않았다. 장인형은 더 이상 기녀의 애처로운 비명를 듣고 있을 수 없어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옆방으로 달려갔다. 넌 뭐냐며 인상을 쓰고 달려들던 추 별감은 장인형의 일격에 나가떨어졌고 기세에 겁을 먹은 최 행수는 돈을 돌려받을 생각도 않고서 줄행랑을 놓아 버렸다. 상대가 누군지를 안 것이다. 추 별감도 감히 장인형에게는 대들지 못했다. 그런데 일이 엉뚱한 방향으로 번졌다. 기방의 상례에 따르면 이런 경우에는 장인형이 최 부호를 대신해서 기녀의 머리를 얹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낭패가 있나…. 하지만 그리하지 않으면 소향비라는 기녀는 기방을 떠나야 한다니 달리 도리가 없었다. 어차피 의협심에서 비롯된 일이다. 장인형은 가련한 처지의 기녀를 끝까지 돕기로 했다. 장인형이 어색한 기세로 마주 앉자 그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던 소향비가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그린 듯 고운 이목구비에 눈이 내린 듯 하얀 살결. 가히 소향비라는 기명이 괜한 말이 아니었다.
폭풍 전의 고요. 지금 군부의 실정이 그러했다. 동짓달 병오일(22일)에 대대적인 군부 인사이동이 있었다. 훈련대장에 이경무, 총융사에 신대현, 수어사에 심이지, 어영대장에 이한풍이 새로 제수되었고 장용영 제조는 이명식, 장용영 내영사는 서유대가 맡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벽파와 가깝게 지내던 무장들이다. 그만큼 벽파의 영향력이 여전했던 것이다. 신군부를 이끌고 있는 장용영 외영사 조심태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더해서 섣달 초에 벽파 수장 김종수가 한양으로 돌아왔다. 머지않아 대대적인, 그러면서 날카로운 반격이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