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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 ISBN : 9788976826268
· 쪽수 : 200쪽
책 소개
목차
서문 6
1장 존재에서 관심으로 13
2장 셀프의 시간 37
3장 골방 스펙터클 53
4장 악플의 로드레이지 69
5장 혐오편집증 83
6장 관심의 정치경제학 109
7장 제국주의와 우울증 123
8장 하이퍼 민주주의 137
9장 관종의 주권 155
10장 관종이성비판 179
저자소개
책속에서
‘관심’과 ‘종자’가 붙여져 만들어진 뜻 그대로, 관종은 이전 세기의 주체들과는 그 종자부터 다르다. 그는 더 많은 댓글, 더 많은 조회수, 더 많은 관심을 받기 위해서 불안과 죽음, 적과 동지, 이상과 이념 등 그 어떤 대상도 기꺼이 소거해 버린다. 관심의 집중은 모든 두려움을 일소하며 모든 정치학을 대체한다. 사람들은 관종 문화가 사회적ㆍ정치적 퇴행의 결과라고 개탄하지만, 정확히 말해서 관종은 투쟁하고 싶어도 투쟁할 수가 없다. 투쟁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또 존재하고 싶어도 존재할 수가 없다. 쟁취할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불안하고 싶어도 불안할 수가 없다. 불안해할 무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것도 관종을 불안하게 할 수 없다. 오직 무관심만이 관종을 불안하게 한다.
관종에게 타자의 타자성은 더 많은 관심을 끄는 패션이 될 뿐이다. 또한 아무리 악플을 달아도 팔로워는 타자가 될 수 없고, 아무리 서로를 비방하더라도 BJ들은 서로에게 타자가 될 수 없다. 그럴수록 관심만 키울 뿐이니까. 일반적으로 폭력은 타자에게서 타자성을 소거하는 가장 간편한 방법이다. 악플이나 조리돌림 같은 ‘묻지 마’식의 폭력은 타자의 이름을 묻지 않는다. 인터넷 폭력의 문제는 불필요한 타자를 양산한다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타자마저 제거한다는 데에 있다.
‘인증샷’의 유행은 기억과 아무 상관이 없다. 거꾸로 인증샷은 기억과 시간의 부재에 대한 반응이다. 말하자면 지난 세기, 존재는 인증될 필요가 없었다.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흐름이 충분한 존재 증명이었으니까. 반면 오늘날 시간은 더 이상 흐르지 않는다. 업데이트될 뿐. 타자도 없다. ‘좋아요’가 있을 뿐. 불안도 죽음도 없다. 친구 차단과 로그아웃이 있을 뿐. 이번 세기, 존재는 존재할 필요가 없어져서 인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