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디자인

머리말 - 우리가 디자이너에 주목하는 이유

prologue 시민 의식과 디자이너

01 'I ♥ Truth': 위대한 시민 디자이너, 밀턴 글레이저
1. 9.11의 혈흔과 진실 l 2. 'I ♥ Truth' l 3. 위대한 시민 디자이너!

1부 근대의 초입에서 근대 너머를 사유하다

02 근대 디자인과 최초의 자의식 : 윌리엄 모리스
1. 모리스의 현대적 의미 2. 배경 3. 미술공예운동과 그 이후

03 바우하우스의 성궤를 찾아서 : 발터 그로피우스
1. 노을 속의 바우하우스 l 2. 절박한 삶, 새로운 예술 l 3. 그로피우스의 비애

04 20세기 최초의 총체 예술가 : 라슬로 모호이-너지
1. 이미지 문맹의 예견 l 2. 삶과 여정 l 3. 새로운 시각(The New Vision)

05 신타이포그래피의 창조와 해체 : 얀 치홀트
1. 문자의 특권 l 2. 생애 l 3. 신타이포그래피의 빛과 그림자

06 중국 디자인 문화의 정신 : 루쉰
1. '춤추는 베이징'의 배후 l 2. 생애 l 3. 사상과 실천 l 4. 루쉰의 교훈

07 가상공간에 펼친 날개―최초의 멀티미디어 인간 : 이상
1. 매트릭스 속으로 l 2. 식민도시 게이조 블루스 l 3. 한국 최초의 멀티미디어 디자이너

2부 기술로 기술 너머를 사유하다

08 미국 산업디자이너의 원형 : 헨리 드레이퍼스
1. 자존심의 이유 l 2. 헨리의 꿈 l 3. 스타일링에서 인간공학으로

09 멤피스의 추억 : 에토레 소트사스
1. 2인의 슈퍼 스타 l 2. 멤피스로 가는 길 l 3. 보석의 참뜻

10 그래픽 디자이너의 모던 예술 : 폴 랜드
1. 마지막 신간 l 2. 라스코에서 브루클린까지 l 3. 브루클린에서 예일로 가는 길 l 4. 경험 미학의 완성

11 질주하는 조각 : 피닌파리나의 신화
1. 와인과 치시탈리아 l 2. 카로체리아, 피닌파리나 l 3. 피닌파리나에서 미토스까지

12 활자는 사랑을 싣고 : 허브 루발린
1. 광장의 소음과 일상 l 2. 사랑의 이름으로 l 3. 활자의 표정

13 활자의 파가니니 : 데이비드 카슨
1. 인쇄의 종말 l 2. 활자의 파가니니 l 3. 파가니니 스타일

14 디지털 시대 활자 인간 : 네빌 브로디의 타이포그래피 세계
1. 디지털 은하계 l 2. 브로디 부기우기 l 3. 법을 초월하는 법

15 건축 너머, 건축의 시학 : 장 누벨
1. 관용의 미학 l 2. 건축의 시학 l 3. 건축을 넘어서

3부 역사로 역사 너머를 사유하다

16 참을 수 없는 저항과 발명의 본능 : 필립 스탁
1. 스타 스탁 Star Starck l 2. 스탁표 유머와 상상 l 3. 저항+발명+혁신

17 20세기 미국 건축의 대부 : 필립 존슨의 빛과 그림자
1. 건물의 추억 l 2. 성공 신화 l 3. 모던에서 해체까지

18 일본 문화의 영매(靈媒) : 요코 다다노리의 그래픽 세계
1. 롯폰기 부르스 l 2. 탄생과 선언 l 3. 니시키(銀) 팝(Pop)의 주술사

19 명상의 건축, 북 디자이너 : 스기우라 고헤이
1. 껍질에 염증 날 때 l 2. 수행자의 길 l 3. 우주적 명상의 건축

20 풍경을 담는 그릇 : 건축가 조성룡
1. 풍경의 건축 l 2. 삶과 건축 사이 l 3. 친절한 잠입자

21 한글꼴 디자인의 상상과 운공 : 안상수
1. 민화와 한글 l 2. 실험의 길 l 3. 한글의 상상과 운공

22 중국 북 디자인의 고전적 혁신 : 뤼징런
1. 파주 출판 도시에서 본 동아시아 풍경 l 2. 인생 공정(人生工程) l 3. 뤼징런 스타일

이 세상의 뛰어난 건축이나 제품 디자인 속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거기엔 언제나 그 디자이너만의 철학과 해석이 밀어낸 독특한 개성 또는 스타일이 존재한다는 것. 그러나 한 디자이너의 작품만큼이나 그의 존재 자체가 또 다른 대중문화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예는 흔치 않다. 산업디자이너들은 대부분 '익명의 봉사자'로 살아 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 드보르가 말한 "기호와 이미지가 삶을 지배하는 스펙터클 사회"에서는 디자이너들에게 그 이상의 역할을 요구하기도 한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세계적 스타 디자이너 필립 스탁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 스탁의 디자인을 이해하는 단서가 단순히 유머와 장난기에만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의 마음속에는 '저항의 정신'과 함께 '발명과 혁신의 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의 몸 속을 타고 흐르는 프랑스 과학기술의 전통으로부터 흘러나온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시트로엥 자동차의 신화는 과학기술에 대한 끝없는 실험 정신으로부터 나온다. 이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혁신적이어야 한다는 프랑스인의 발명가적 기질을 말해 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즉 시속 60km로 달리다가 정면 충돌을 해도 실내가 거의 찌그러지지 않는 시트로엥의 탁월한 디자인은 무수한 실험과 좌절을 거친 결과였다. 마침내 1934년, 시트로엥은 계란의 형태와 비행기 날개 구조에서 힌트를 얻은 세계 최초의 단일 차체인 '모노코크'(Monocoque) 구조 개발에 성공했다. 이것이 바로 스탁이 늘 강조하는 '시트로엥 정신'이며, 현대 디자인사에 영원히 남겨진 과즙기를 비롯한 제품이 발명된 맥락이다. - '참을 수 없는 저항과 발명의 본능 : 필립 스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