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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예술/대중문화의 이해 > 예술 통사/역사 속의 예술
· ISBN : 9788976828347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23-06-26
책 소개
목차
1부 사물의 혁명과 그 이후: 일상의 구축, 삶과 예술_김민수
머리말—9
광고 한 편, “럭셔리는 사물이 아니다”—15
『베시』(Beщь, 사물)의 창간 취지—18
새로운 예술, 사물과 구축주의의 출현—23
『베시』의 체제와 내용—50
기념비적 예술과 국제적 구축주의—64
『베시』와 신타이포그래피—77
『베시』 이후: 신타이포그래피와 건축—101
다시 처음 질문으로—123
출전—136
참고 문헌—139
2부 사물의 세계, 그 종합의 열망_서정일
머리말_아방가르드의 귀환—145
『베시』의 정체—151
사물, 목적과 수단—161
절대주의와 구축주의—166
조형예술의 종합—181
미완의 과제—191
출전—194
참고 문헌—195
3부 『베시』 한국어 번역문_차지원, 황기은 옮김
베시 1~2호—199
베시 3호—305
미주—386
베시 관련 주요 연표: 1890~1925—409
찾아보기—411
책속에서
한국의 시각 예술 분야에서 일제 강점기를 거쳐 일본을 경유한 지식 수용으로 인해 그동안 잘못 알려진 것들이 꽤 있다. 그중 하나가 ‘구성주의’라는 용어다. 필자의 전작, 『한국 구축주의의 기원』(2022)에서 언급했듯이, ‘구성주의’란 용어는 무라야마 토모요시가 1923년 독일에서 보고 접한 ‘구축주의’를 일본에 소개하면서 개조한 미술 유파인 ‘구성파’와 관련된 것일 뿐 본래의 기원과는 의미적 거리가 멀다. 이러한 ‘구성파 ’내지는 ‘구성주의’가 한국에 들어와 시각 예술과 문학 등에 문예 유파로 소개되면서 상황은 더 이상해졌다. 의미적으로 더 탈구되어 본래의 의미는 사라지고 완전히 다른 것이 되어 버린 것이다.
구체적으로, 『베시』는 1917년 10월 혁명 전후에 러시아에서 전개된 이른바 ‘비대상 예술’의 흐름과 구축주의 운동 내에 변증법적 과정을 통해 이를 서구 예술과 연결해 확장시킨 ‘국제적 구축주의’ 형성 과정에 가교 역할을 했다. 이에 대한 해설에 앞서 주목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러시아 구축주의와 접속한 서구의 국제적 구축주의가 전개한 ‘사물의 예술화’는 애초에 근본 목적이 구시대 예술이 추구한 ‘예술을 위한 예술’ 내지는 ‘예술 지상주의’와 과거 궁정 시대 부르주아의 ‘럭셔리’로부터 ‘사물과 예술’ 모두를 해방하는 데 있었다는 사실이다. 즉, 그 목적은 오늘날 자동차 회사 광고처럼 “럭셔리는 사물이 아니다”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조직’, 곧 ‘사물을 통한 삶의 예술의 구축’에 있었던 것이다.
러시아 구축주의의 핵심인 로드첸코와 마찬가지로 그의 출발점과 그 영향력의 근원이 말레비치와 타틀린이었지만 전개 방식은 서로 달랐다. 로드첸코보다 한 해 먼저 태어난 리시츠키였지만, 그가 구축주의로 향한 관문인 비대상 예술의 길을 찾은 시기는 로드첸코보다 좀 늦은 1919년경부터였다. 로드첸코에게서는 1915년 무렵에 이미 구축주의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었다. 어쨌든 리시츠키의 비대상 예술의 직접적인 계기는 주로 비텝스크에서의 말레비치의 영향이었고, 그의 작업은 이전과 달리 절대주의 기하 추상으로 갑작스레 전환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갑작스러운 것임은 리시츠키의 1919년 이전의 삽화 등이 말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