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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79445220
· 쪽수 : 167쪽
· 출판일 : 2015-04-10
목차
시인의 말
1부 보물찾기
땅끝마을에서
보물찾기
나이 듦
인생 1
인생 2
시인
순수
말 3
눈
순전한 사람
이해
미련
먼 길 떠날 때
장마가 끝나면
자유 하나
핑계
거시기, 머시기, 저시기
막더위
어지간히 살았네
전생 엿보기
2부 귀로
융프라우에 오면
크라이스트처치의 이별
베네치아 청년
동남아 소녀
아리랑 어원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원 달러
보트피플
보시
반딧불 보러 가기
귀로
낯선 곳과의 이별
3부 여우가 여우가
그렇게
자화상
여우가 여우가
가을에 묻다
가을날
은행나무
나무 3
삼월의 잔설
오늘도
위대한 침묵
일상의 두께
내 안의 풍경
나는 나랑
기다림 1
소유의 법칙
혼자 되기
그 여인의 집
대화
4부 우물가 전설
차를 마시면
우물가 전설
봄날 1
봄날 2
내 소중한 것
밥상 앞에서
어머니와 딸
분꽃이 피면
외갓집
복수앙 먹기
수박 먹기
기다림 2
의자
늙어감 1
늙어감 2
기도
팔순 잔치
백 살 먹기
감사패
사랑이여
진돌이 묘비명
저자소개
책속에서
1
어렸을 적 우린
고개 너머 살고 있는 한 마리
여우의 안부가 몹시도 궁금했지
그래서 우린
해 질 녘이면
어깨동무를 단단히 하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여우를 찾아 나서곤 했었지
크게 크게 장단 맞춰
노래하며 호기롭게
한 걸음 한 걸음
여우에게 다가갔지
“한 고개 넘어도
여우가 없고,
두 고개 넘어도
여우가 없고
세 고개 넘으니
여우가 있네”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잠잔다”
“잠꾸러기!”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세수한다”
“멋쟁이!”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밥 먹는다”
“무슨 반찬에?”
“고기반찬에”
“살았니? 죽었니?”
“살았다!”
“와, 와, 와!”
겁에 질린 우린
우릴 잡으러 오는
여우에게 안 잡히려고
어깨동무 내동댕이쳐 풀어버리고
뿔뿔이 흩어지며 줄행랑을 쳤었지
2
그렇게 흩어지고
그때부턴 쭉
고개 너머 여우처럼
혼자가 되어 살면서
난 속으로만 여우의 안부를
참으로 궁금해하였지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여우야 여우야 어디까지 왔니?”
날마다 그렇게 중얼이며
제 앞에 펼쳐지는
수많은 고개들 넘으면서
마침내 난
고개 너머 외롭게
살고 있던 여우가
나 자신임을
뒤늦게 깨달았지
3
오늘도 여우가
고개를 넘는데
T…… 무명의 고개
T…… 미혹의 고개
T…… 지명의 고개
그 많은 고개들
말뚝 박아
이름 붙여가며
첩첩이 넘어오고도
그래도 남은 고개들
노을빛에 바라보며
왼쪽 귀가 순해진 여우가
또 물어본다
“여우야 여우야 어느 고개 넘니?”
“여우야 여우야 얼마나 남았니?”
한평생을 여우 곁에 살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온 그 소리에
오른쪽 귀가 순해진 늑대 한 마리가
작은 소리로 대답한다
“이젠
묻지 말고 그냥 넘어
중요한 건 말이야,
우리가 서로 손을
놓치지 않는 거라고!”
-「여우가 여우가」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