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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79445671
· 쪽수 : 278쪽
· 출판일 : 2016-05-2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부 하늬바람에 묻혀 오던 초록 제비
동백을 보러 갔다
꽃분이
백 년의 고독
하늬바람에 묻혀 오던 초록 제비
백 년의 욕망
달콤 쌉싸름한
백 년의 유랑
흐뭇하여라, 봄꽃 세상
예스터데이
노랑, 봄
복사꽃 피고, 복사꽃 지고
도둑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피카소
희망가
2부 애고, 더워 죽겠네
해변으로 가요
황금빛 갈증
30자의 감동
카리브 해의 진주
썬글라스
애고, 더워 죽겠네
롤리타, 타치오, 은교
어찌 우리 이날을
하이힐
라디오 스타
셜록 홈즈
여전사들
졸리의 선택
1592년의 사람들
디데이, 가장 길었던 하루
3부 귀뚜리 우는 밤
가을의 전설
잘 가, 경아
커밍아웃
노벨문학상
연설하는 인간
디아스포라
농담
부석사 가는 길
귀뚜리 우는 밤
적음 최영해
거짓말
만추, 짧은 사랑
살롱 ‘신라’의 기억
워털루
둠즈데이
4부 초승달 뜨는 사연
12월의 시
먼지 속의 날들
앙스트블뤼테
달력, 시간의 지도
세 편의 영화
짜장면 이야기
그의 노래는
집시의 시간
초승달 뜨는 사연
오스카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역
강원도의 힘
외인부대
우리 모두의 미래
저자소개
책속에서
바람에 시든 꽃잎이 지는 모습은 처량함이겠지만 스스로 꽃송이째 꺾어버리는 것은 단호함이요, 처절함이다. 여북하면 송창식이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은 동백 숲으로 와보라고, 뚝뚝 떨어지는 동백꽃 송이가 너무 슬퍼서 차마 못 떠날 거라고 노래했겠는가? 아직 피어 있는 꽃들과, 떨어져 땅을 붉게 물들이는 꽃들이 반반일 때가 절정의 장관이라지만 그 꽃들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타이밍을 맞추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동백을 보러 갔다」
고독은 우리 정신의 사치가 아니라 절제다. 백 년 전, 그러니까 1915년에 이 땅에 태어난 박목월, 서정주, 황순원의 고독이 우리 시대의 고독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백 년의 고독」
봄꽃을 통틀어 가장 우아하다 할 목련이 봄비 속에 지고 있다. 그냥 겉치레만 우아할 뿐, “퉁퉁 부어오르는 영혼의 눈시울”(구상, 「백련」)일 뿐이고 가지에 매달린 흰 눈물일 뿐이던 목련이 양희은의 노래처럼 “슬픈 그대 뒷모습”(〈하얀 목련〉)으로 지고 있다. 봄꽃들은 다 저렇게 져갈 것이다. 프랑스의 시인 자크 프레베르는 세상 모든 꽃들은 이렇게 말하며 져간다고 읊었다. “죽도록 말해주고 싶어요 / 삶은 아름다운 거라고”.-「흐믓하여라, 봄꽃 세상」
1980년 존 레논이 자신의 집 앞에서 네 군데의 총상을 입고 죽었다. 조지 해리슨은 2001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일흔세 살의 폴 매카트니는 지난해 잠실경기장을 가득 메운 우리나라 팬들 앞에서 〈예스터데이〉를 열창했다. 리버풀의 네 젊은이는 어제 속으로 떠났지만 그들의 노래 〈예스터데이〉는 어제가 아니다. 오늘이다.-「예스터데이」
언제나 존재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놓아서는 안 되는, 희망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돌 스타의 브로마이드 사진들만 빼곡한 요즘 아이들의 방과는 달리 어린 시절 우리의 책상 앞에는 ‘희망’이라는 말이 붙어 있곤 했다. “미래에 자신이 바라는 상황이 일어날 거라는 기대나 예측”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떠나 그냥 희망이라는 말이 우리에게 주는 느낌만으로도 앞날에 대한 기대로 부풀던 시절이 있었다. “희망은 빈자(貧者)들의 빵(Hope is the poor man’s bread)”이라는 속담도 있지 않던가? 불확실한 미래와 가난 속에서 우리는 그렇게 희망이라는 말에 기대어 살았다.-「희망가」
소설 「은교」는 나이 듦에 대한 성찰이 아니라, 늙음에 대한 피해의식(혹은 자기연민)과 장마철의 버섯처럼 불쑥불쑥 돋아나는 늙은 날의 누추한 욕망(혹은 갈망)에 대한 보고서일지도 모른다.
박인환의 시처럼 어차피 우리 “인생은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의 시간도 통속적으로 흘러가 늙어가는 날로 우리를 데려간다. 모든 것은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 그 어떤 고상하고 우아한 말로도 미화되거나 치장될 수 없는.-「롤리타, 타치오, 은교」
경아는 우리가 두고 온 청춘의 이름이다. 이루지 못한 사랑의 이름이다. 오래된 책갈피에 꽂아둔 낙엽 같은 이름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5, 60대가 되어버린 청춘들이 작가 최인호를 떠나보내는 오마주(hommage, 헌사)는 이것이다.
“잘 가, 경아.”-「잘 가, 경아」
12월은 떠나보냄과 상실과 우수로 점철된 어두운 시간이다. 그러나 결코 잊지 마시라! 기다리지 않아도 아침은 오고 아무리 어두운 순간에도 잎 진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당신의 모습처럼 희망은 촛불을 들고 서 있다. 12월의 잿빛 하늘을 올려다보라. 따뜻한 편지처럼 눈이라도 내려줄 것 같지 않은가?-「12월의 시」
눈보라 휘몰아치는 1ㆍ4후퇴의 흥남부두에서 피붙이의 손을 놓치고 혈혈단신 낯선 부산 땅으로 내려온 한 사내가 피난살이에 지친 심신을 영도다리 난간에 기대놓고 망연히 초사흘 달을 보고 있다.
오늘 밤도 누이의 시린 눈썹 같은 초승달이 누군가에게는 서러움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그리움으로 서쪽 하늘에 걸릴 것이다.-「초승달 뜨는 사연」
‘자연스럽게’라는 말처럼 훌륭한 말은 없는 것 같다. 나이 들수록 자연을 바라보는 날들이 흔해야 한다. 가을날의 감잎처럼 붉게 물들어 가는 것, 좋지 않은가?
인생은 육십부터도 아니고 육십까지도 아니다. 어느 나이든 다 살 만한 나이이다.-「우리 모두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