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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괜찮다

난 괜찮다

박정숙 (지은이)
신생(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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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괜찮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난 괜찮다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79735857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2-10-31

책 소개

박정숙 작가는 30여 년 동안 한 병원에서 마음이 아픈 이들의 치유를 도우며 살아왔다. 그런 저자의 삶과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긴 첫 수필집이다. 타자의 모순과 아픔을 바라보며 자신의 상처와 결핍까지 돌아보게 되면서 쓰기 시작한 글들이다.

목차

작가의 말

제1부 영일대, 별이 내리면
나의 푸른 요람
블루로드
영일대, 별이 내리면
테왁
미역귀
해송
태양초
쑥부쟁이
해의海衣

제2부 숲길을 거닐다
외나무다리
2인용 자전거
숲길을 거닐다
삼곡자세
겨울 토함산에서
오어지에 들다
영역표시
도담삼봉
꼬부랑길

제3부 조제실 앞에서
인포데믹 바이러스
마스크
조제실 앞에서
선별진료소
CPR(심폐소생술)
배냇향
길을 내려다보며
소리를 따라가다
촛불

제4부 난 괜찮다
난 괜찮다
봄날이
오늘도 수고했어요
고구마 사랑
갈증
빈집
여백
눈 떠 보세요
‘비호감’ 날아가다

제5부 모랫등
가야진사
공포의 그림자
경계신호
기억의 저장소
모랫등
법기 조망길
봉발탑
숲속 하얀 집
파프리카 농원

저자소개

박정숙 (지은이)    정보 더보기
경북 영덕 출생 2017년 《수필과 비평》 신인상 제7회 포항소재문학상 최우수상 양산시 지역문화진흥기금 수혜 (2022, 2025년) 양산문인협회, 부산수필문인협회 부산수필과비평작가회 회원 문학치료 강사 수필집 《난 괜찮다》 (2022년) 《생명의 천체도》 (20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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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바다가 흔들린다. 오늘처럼 바람이 자는 날에도 끊임없이 몸을 흔든다. 저 멀리, 저 깊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잔잔한 선율에 왈츠라도 추듯이 가볍게 스텝을 밟는다. 흔들흔들 부드럽게 흔들리는 푸른 등에서 한가로운 갈매기 몇 마리가 같이 흔들리며 졸고 있다. 마치 커다란 요람 같다.
바다는 나의 요람이었다. 뱃속에 내가 작은 싹을 틔운 줄도 모르고 엄마는 물질을 계속했다. 설령 알았다 하더라도 가뜩이나 힘든 살림살이에 물질을 그만둘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기억하지도 못하는 존재의 시원에서 바다를 만났다. 바다는 나를 안고 눈, 코, 귀에 천천히 푸른빛으로 작은 생명을 불어넣었다. 엄마가 들이키는 바다의 숨결로 숨 쉬며 나는 자궁 속에서 세상으로 나올 뜸을 들이며 자라고 있었다.
나는 기억할 수 없는 그때를 상상한다. 바닷속은 아직 뿌옇다. 검은 내 눈동자는 요람 속에서 이리저리 물결 따라 흔들린다. 선뜻 방향을 잡지 못하고 소리에 두 귀를 쫑긋거린다. 엄마의 심장 너머로 우렁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때로는 웅장한 교향곡 같고 때로는 잔잔한 자장가 같다. 음표의 박자에 따라 심장이 빨리 뛰고 가끔은 조용히 잠이 든다.
자꾸만 코는 비릿하고 향긋한 바다 냄새를 맡는다. 한 입씩 들이키는 양수에서도 푸른 향내가 난다. 엄마의 냄새면서도 바다의 냄새다. 바다 향기는 나의 작은 뇌에 푸른 물을 들인다.
서서히 눈이 밝아지며 엄마의 배 너머 푸른 일렁임을 본다. 자궁 속에서 한 바퀴 돌며 부딪힐 때마다 푸른색으로 물들어 간다. 자궁 안에서 푸른 바다를 보고 성장했다는 것을, 내 작은 몸이 푸른 요람에 잠겨 있었음을 안다.
바다에서 물질하던 엄마의 뱃속에서 열 달 동안 나라는 존재가 만들어졌다. 바닷물은 한 생명에게 배어들었다. 온몸을 거꾸로 세워 자맥질하고, 천천히 솟아오르기를 반복했다. 한 번 내려가면서 들이킨 숨은 조금씩 소진되고, 참을 수 없는 순간이 되면 긴 휘파람으로 흩어졌다. 숨조차 자유롭게 쉴 수 없었던 무겁고 힘든 엄마의 시간이었다. 바다 깊이 들어가는 엄마의 숨을 빼앗아 가며 나도 가쁜 숨을 내뱉었을 것이다. 그렇게 바다에서 시간을 보낸 후 나는 세상으로 나왔다.
바다색과 하늘색이 맞물리는 수평선을 바라본다. 바다는 하늘을 닮으려 하고, 하늘은 바다를 닮으려 한다. 바다는 여러 색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고요한 날, 바다 빛은 물빛에 가깝다. 태풍이 거세게 치면 바다는 점점 탁해진다. 비바람이 불어오면 황토색으로 변해 버린 바다는 마치 진흙팩으로 마사지를 하는 것 같다. 바다가 자기 속을 비울 때면 잔잔한 호수처럼 고즈넉해진다. 옅은 블루 색에서 짙은 남색으로 물들며 새로운 꿈을 꾼다.
푸른 꿈을 안고 고향을 떠나 온 뒤로 나의 색은 점점 퇴색되어 갔다. 도시는 붉은빛으로 가득했다. 벌겋게 욕망으로 달아오른 도시에서 푸른빛은 휘발되었다. 갈수록 조급해지고 자꾸만 짜증이 났다. 삶이 고단해질 때마다 마음이 서성거렸다. 푸른 요람의 흔들림이, 그 냄새가 그리웠다. 도시의 복잡함에 지칠 때면 잠시 휴식이라도 취하고 싶은 곳은 어김없이 바다였다.
엄마는 자신의 눈물 색을 닮은 푸른 바다 옆에서 아직도 바다를 바라보며 살고 계신다. 내 인생에서 파도가 세차게 칠 때마다 나는 푸른 요람을 찾아 나섰다. 마음을 달래주던 파도 소리가 엄마의 목소리처럼 그리웠다. 사남매를 기르시면서 하루도 편한 날이 없으셨던 엄마의 바다. 그 요람에 안겨 자유롭게 헤엄치며 쉬고 싶었다.
푸른빛은 나의 색이지만 엄마의 색이기도 하다. 바다는 멍들고 지친 엄마의 고단한 하루를 너그러이 품어 토닥토닥 달래주었다. 끝없이 넓은 품으로 눈물을 닦아 주었을 바다. 엄마처럼 생명을 잉태한 고단한 어미들에게 생의 신비를 보여주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으리라.
붉은 태양이 하루를 시작할 때 푸른 요람은 모든 것을 품어 주는 따스한 색을 띤다. 물결마저도 잠시 호흡을 멈추고, 정지되어 버린 화면처럼 고요함이 묻어난다. 바람이 멈춘 한낮의 요람은 멀리 갈수록 검푸르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따뜻한 사랑이 내 안으로 전달되는 것만 같다.
이윽고 밤이 찾아오면 하늘에 별과 달이 뜬다. 옥구슬 굴러가듯 잔잔한 블루 색의 바다는 갈치 비늘처럼 은빛이 되어 은은함을 자랑한다. 푸른 요람 위로 신비로운 밤하늘이 흘러간다. 요람 안의 뭇 생명 위로 포근한 이불을 펼친다.
어릴 적 요람 앞에 다시 선다. 요람은 출렁이며 둥둥 나를 흔들어 깨운다. 요람을 흔드는 물결에 가슴이 뛰고 비릿한 바다 냄새에 숨이 깊어진다. 출렁이는 물결 따라 몸을 가볍게 흔든다. 눈을 감자 푸른 요람이 나를 태운 채 조용히 흔들리고 있다.
- '나의 푸른 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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