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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80402380
· 쪽수 : 148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혼자 먹는 도시락은 왜 그런지 굉장히 맛이 없다.
배는 너무 고픈데 뭘 먹어도 맛이 없고, 아파서 열이 있을 때처럼 침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다. 말할 상대가 없어 의욕이 떨어지고 마음이 허전해서 문득 정신을 차려 보면, 마치 딴사람이 된 것처럼 한심한 얼굴을 하고 있기 마련이다. 대체로 나는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떠들썩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친구들과 있을 때는 남들의 몇 배나 떠들어 대지만, 그렇지 않으면 바로 기운이 빠져 쪼그라들어 버린다.
“음, 약속을 지키는 녀석이니까. 구리다는 시간을 잘 지키잖아.”
“그건 아버지의 영향이야. 아버지에게 배웠어. 사람들에게 믿음을 얻고 싶으면 먼저 약속을 지킬 것. 남의 시간을 훔치지 말 것.”
“시간을 훔쳐?”
우리 아버지의 말과는 조금 달랐다.
“다른 사람과 무슨 일을 할 때, 예를 들면 나 혼자 늦어서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게 한다고 하자. 그러면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간은 쓸모없어지잖아. 그 쓸모없어진 시간을 누가 썼냐 하면, 그건 바로 그 사람들을 기다리게 한 내가 썼다는 거지. 그걸 두고 ‘훔친다’고 표현하는 거야. 남의 시간을 훔치는 건 도둑질이니까. 시간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절대 훔치면 안 된다고 하셨어.”
“참 좋은 말씀이네.”
내가 진심으로 동의하자 구리다도 기쁜지 얼굴이 좀 밝아졌다.
내가 생각하는 인생은, 아주 재미있고 즐거운 것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것이다. 가슴이 답답해질 만큼 안 좋은 일이 있어도 한 달에 두세 번쯤 배를 움켜잡고 웃을 수 있는 유쾌한 일이 있다면, 그걸로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