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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북유럽소설
· ISBN : 9788981339265
· 쪽수 : 360쪽
· 출판일 : 2009-12-14
책 소개
목차
제1부 엄마 잃은 아기 곰
제2부 춤추는 곰
제3부 신앙심 깊은 곰
옮긴이의 글
리뷰
책속에서
후스코넨은 그동안 생일선물에 익숙해졌으며 절대로 그 짐승을 죽일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물론 우리 집사람은 탐탁하게 여기지 않지요. 하지만 얼마 전에 남편을 잃은 노부인의 집에 그 어린 것을 위해서 좋은 피난처를 마련해두었소.
“그 곰의 이름이 뭐였더라?”
주교가 호의적으로 물었다.
“제기랄.”
주교는 곰에게 어울리는 적절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맹수들은 여러 가지 점에서 진짜 사탄이라고 할 수 있지요. 주교구는 그 이름에 전혀 이의가 없소. 아무렴. 그렇고말고.”
오스카리 후스코넨은 변증론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변증이라는 말은 변호를 의미했고, 이 경우에 변증론은 기독교 신앙을 변호하기 위한 신학의 한 분파이다. 다른 분야의 학자들은 흔히 개선의 여지없는 회의론자들, 영원히 의심하는 자들, 때로는 그야말로 냉소적인 악마들인 경우가 많다. 그들의 신앙은 그리 양호한 상태가 아니다.
후스코넨 목사는 박사학위 논문에서 극히 학문적으로 들리는 성경 해석을 무더기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제 곰 동굴 속에 누워 있다 보니, 변증론 전체, 아니면 적어도 그런 변증이 쓸데없는 허망한 짓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는데, 기독교 신앙을 학문적으로 증명해서 뭐에 쓰겠는가?
제기랄은 소냐가 옷 다리는 모습을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그러더니 소냐가 잠시 침대에 앉아 쉬는 틈을 타서, 얼른 다리미를 들고는 소냐가 하던 대로 따라 갔다. 뜨거운 열판에 앞발을 데었지만 조심하는 법을 금방 배우고는, 옷의 구김살이 펴질 때까지 다리미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완벽하다곤 할 수 없었지만, 곰의 작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만족이었다. 그 밖에 또 무엇을 곰에게 가르칠 수 있을까, 아니 과연 뭔가를 가르치려고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을까, 오스카리 후스코넨은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곰이 개보다 아이큐가 높아요.”
소냐 삼말리스토가 설명했다.
“그저 관심을 기울여서 뒷받침만 해주면 된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