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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스페인/중남미소설
· ISBN : 9788981339418
· 쪽수 : 164쪽
· 출판일 : 2011-01-24
책 소개
목차
Ⅰ. 온실_ 11
Ⅱ. 겨울_ 141
옮긴이의 말
그냥 읽고 접어버리기에는 너무나 여운이 남는 소설 홍덕선_ 155
책속에서
훌리안은 ‘나무들의 은밀한 생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어린 소녀를 얼러 재운다. 취침 시간에 아이에게 들려주려고 그가 직접 지은 이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주인공인 포플러와 바오밥 나무는 인적이 끊긴 밤이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다. 사람이나 동물이 아닌 나무라서 좋은 점들이라든가, 광합성이나 다람쥐, 혹은 그들이 별명을 붙인 멍청한 시멘트 덩어리들에 대해서.
바로 지금, 한적한 공원에 은신해 있던 그 나무들이 떡갈나무의 불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단다. 어떤 두 사람이 우정의 표시로 떡갈나무 껍질에 제 이름들을 새겼다는 거야.
“네 허락도 없이 네 몸에 문신을 새길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어.”
포플러 나무가 말했단다. 바오밥 나무는 훨씬 더 단호했어.
“떡갈나무야말로 개탄스러운 반달리즘 행위의 희생양이라고. 그런 사람들은 벌을 받아 마땅해. 그에 합당한 벌을 받을 때까지 내가 가만있을 줄 알아? 땅이든 하늘이든, 바다든 끝까지 따라갈 거야.”
훌리안은 지난주에 삼십에 접어들었다. 초대한 손님들이 하도 우울해하다보니 파티는 엉망이 되어버렸다. 여자들이 실제 나이에서 몇 년을 줄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훌리안 역시 가끔씩 나이를 몇 년 더 늘리고는 아련한 쓰라림을 간직한 과거를 회상하는 척하곤 했다. 후에 그는 자신이 치과의사나 지리학자, 기상학자가 됐어야 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생뚱맞아 보일지 모르지만 현재 그의 진짜 직업은 교수다. 하지만 지금 같아서는 나이를 들어가는 일이 자신의 진정한 직업이 아닐까 싶어진다. 그는 이런 식으로 말하는 자신을 상상한다.
“무슨 일을 하고 계시죠?”
“나이를 먹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