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82181658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11-07-15
책 소개
목차
1부
은근히 신경 쓰이는 녀석
오늘은 잘 쓰긴 틀렸어요
아는 얼굴
무화과의 맛
살모사의 자존심
배달되면 곤란한 마음
안전핀도 핀이다
소리 내어 울 만큼 원하는 것
객지에서 잠자기
비행기 날다
2부
태풍 오는 날
혼자서 웃었다
뻔한 인사말
요즘 한창 빠져 있는 말
판탈롱 바지 속 팬티스타킹
밍크
된장 돈가스
앗, 당했다
이제 슬슬 반대쪽 손으로
신문지 사용법
3부
벌레의 계절
불순한 마음
엄마의 도박
나오키상을 받다
인생, 가는 곳마다 바람기 있음
합창단
세월의 바느질
‘듬뿍’이면 좋은 것들
도둑
4부
새삼 자세를 고쳐 앉는 일
슬리퍼
내가 졌소
뺄셈을 좋아하세요?
소년
여자의 변성기
베다
마지막에 웃는 사람
미지의 나날
해설 ‘조심스러운 상승’의 미학
옮긴이의 말 인간 vs 동물, 두 세계의 유쾌한 줄다리기
리뷰
책속에서
길을 걷다보면 맞은편에서 부모형제가 걸어오고 있을 때가 있다. 이럴 때 나는 어쩐 일인지 너무 당황스러워 갈팡질팡하며 어디다 시선을 둘지 모르고 만다. 아, 하고 무심코 손을 들어 알은체하는 일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알아봤다는 걸 상대가 눈치 채지 않도록 모른 체한다. 서로 스쳐 지나가기 직전에 그제야 알아본 듯이 좀 무뚝뚝하게 말을 건다. 어쩐지 상대편도 같은 기분인 것 같다.
한 아이가 흐느껴 울고 있었다. 네다섯 살쯤으로 남자아이였다. 아직 이십대를 넘지 않아 보이는 청바지 차림의 엄마 손에 이끌려 매장을 나서는 중이었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은 이 세상이 끝나기라도 한 것처럼 비통한 표정이었고, 좀처럼 울음을 멈출 기색이 없었다. 그 아이는 뭘 갖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지금, 소리 내어 울 만큼 원하는 게 있을까?
요즘 들어 볼일이 잦아져 일주일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게 되는데 아직도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어질러진 방이나 서랍 속을 정리하고 비행기를 탈까 하다가도, 아니지, 너무 깨끗하게 정리해놓으면 만약 일이 생겼을 경우 “어쩐지 그런 예감이 들었어” 하는 말을 들을 것 같아 그냥 어질러놓은 채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비행기 타는 일은 언제나 두렵지만 지난번 미국에 갈 때는 특히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