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시체

나는 총을 집어 바지춤에 넣었다. 총알은 여덟 발이었다. 브라우닝은 열네 발이 들어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따져 보았을 때 여덟 발을 도무 써야 하는 상황이 되면 나는 이미 죽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매니도 마찬가지이고.
"젠장."
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왜 그래?"
"악당을 만나러 가는 기분이 들어서요."
매니는 고개를 앞뒤로 흔들었다.
"알맞은 비유야."
잘한다. 아주 잘한다. 내가 어쩌자고 이런 짓을 벌였지? 피범벅이 된 벤저민 레이놀즈의 곰 인형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 아무 생각 없이 벌인 짓은 아니야. 아이가 살아 있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지옥에라도 뛰어들어야지. 내가 살아 돌아올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 본문 63~64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