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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91194996217
· 쪽수 : 392쪽
· 출판일 : 2026-06-04
책 소개
◆ 2024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수상작
◆ 2024 르노도상, 메디치상 후보작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잇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귀환
프랑스 문단을 뒤흔든 젊은 거장 미겔 본푸아의 기념비적 걸작
미겔 본푸아의 소설 『재규어의 꿈』이 복복서가에서 출간되었다. 미겔 본푸아는 현재 프랑스 문단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젊은 작가로, 이른 나이에도 거장의 내공을 지닌 천재 작가로 인정받으며 페미나상,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프랑스 서점 대상 등 유수의 굵직한 문학상들을 수상했다. 프랑스계 칠레인 아버지와 베네수엘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프랑스어로 소설을 쓰면서도 자신의 뿌리인 라틴아메리카의 이야기를 주로 소설 속에 담아내왔다. 현실과 환상이 절묘하게 결합된 마술적 리얼리즘이 가미된 그의 문체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연상시키면서도 자신만의 독창성을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재규어의 꿈』은 미겔 본푸아를 프랑스를 대표하는 젊은 작가로 공고히 자리매김하게 해준 그의 대표작이다. 베네수엘라를 배경으로 한 3대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이 소설은 어머니가 베네수엘라인인 작가가 자신의 모계 가족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자전적 요소와 역사적 사실들에 곁들여진 마술적 리얼리즘, 달변의 서사, 시적이고 풍요로운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프랑스-베네수엘라 국적을 지닌 작가가 자신의 정체성과 뿌리를 돌아보며 탁월한 이야기꾼의 솜씨로 그 역사를 재구성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출간 후 이 소설은 르노도상, 페미나상, 메디치상,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등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들의 후보에 연달아 올랐으며, 2024년 페미나상과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열대와 신화, 석유와 혁명, 끝없는 투쟁의 나라에서 펼쳐지는
어느 3대 가족의 기이하고도 찬란한 연대기
스스로 전설이 된 재규어의 후예들, 그 마술적인 모험담
소설은 네 명의 주요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한 가족의 파란만장한 연대기를 펼쳐 보인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밑바닥의 삶을 살다가 운명을 딛고 전설적인 외과의사가 된 안토니오, 시대의 편견에 맞서 그 지역 최초의 여성 의사가 된 아나 마리아, 불꽃 같은 영혼을 품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대양을 건너 유럽으로 향한 그들의 딸 베네수엘라, 그리고 어머니의 나라에 돌아와 이 모든 이야기를 소설로 기록하는 그녀의 아들 크리스토발까지, 3대에 걸친 인물들의 이야기가 유려하게 몰아치는 입담으로 펼쳐진다. 그밖에도 이들의 삶을 가로지르는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곳곳에 등장하여 서사에 입체적인 생명력을 더한다.
베네수엘라의 도시 마라카이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석유의 발견, 연이은 독재정치와 투쟁, 혁명과 그 실패 과정에 이르기까지 파란 많은 베네수엘라의 현대사를 가로지르며 전개된다. 역사의 격랑 속에서 저마다의 모험과 투쟁을 이어나가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경쾌하고도 장엄한 필치로 그려진다. 야성을 간직한 채 자신만의 길을 가는 ‘재규어’들처럼, 이들은 주어진 운명에 길들여지기를 거부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불완전하면서도 존엄을 잃지 않는 사랑스러운 인물들, 찬란한 생명력을 뿜어내는 이들의 이야기는 한 편의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모험담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또한 마술과 샤머니즘, 유령, 환상 등 곳곳에 가미되는 마술적 리얼리즘과 풍요로운 신화적 상상력이 페이지를 넘기는 재미와 매혹을 더한다.
목차
안토니오
아나 마리아
베네수엘라
크리스토발
옮긴이의 말|“난초와 석유의 나라” 베네수엘라에 바치는 노래
책속에서
테레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황량한 세상에서 모두로부터 잊힌 채로 나뭇가지 위에 숨어 있는 안토니오를 보면서, 그녀는 자신이 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미래는 그저 자리를 잘못 골라 태어난 죄로 죽을 때까지 고독을 끌고 다녀야 하는 거리의 부랑아에게 약속된 운명뿐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아팠다. 이대로는 결국 방탕한 인간들과 범죄자들, 아름다움과 영원히 멀어진 자들, 이제 누구를 위해 죽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하게 된 절망적인 인간들이 들락거리는 초라한 술집들을 전전하게 될 게 뻔했다. 그러다보면 결국 지금 그를 찾느라 혈안이 된 자들, 그를 두들겨 패려는 자들, 심술궂고 오만한, 교육이라고는 호수의 난폭한 삶과 수전노 같은 아버지들에게서 배운 게 전부이고 꽃 하나 피지 않는 가시덤불 같은 마음을 지닌 자들과 똑같아질 터였다
몇 년이 지난 뒤 그날 주위에서 터진 조롱의 웃음을 떠올리면서 그녀는 그때 자신의 내면에서 새로운 무언가가 처음 꿈틀댔음을 깨달았다. 바로 투쟁의 피였다. 그녀의 혈관 속에서 잠들어 있던 여성들의 계보가 순식간에 깨어났다. 아마존 맥에 올라탄 마리아 리온사의 피 묻은 단검, 아마조네스 여왕의 활, 아나 마리아 캄포스의 존엄한 자태, 아그노디케의 짧게 자른 머리, 도미틸라 플로레스의 영웅적인 순교, 그들 모두가 말에 올라서 과거라는 요새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아나 마리아는 자신이 두 가지 싸움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는 의학을 위한 싸움이었고, 하나는 여성을 위한 싸움이었다. 자신이 왜 다른 학생들처럼 여관과 술집에 드나들 수 없는지, 어째서 실수를 하면 안 되는지, 왜 성공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는지 뼈저리게 자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고갈되지 않는 지식의 힘,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드는 앎이 자신을 승리로 이끌어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안토니오는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그는 위대한 외과 의사였지만 당장 딸에게 대답할 수 있는 말을 찾지 못했다. 가장 높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수백 번의 연설을 했고, 수술실에서 죽음을 무찌르면서 수없이 많은 승리를 거뒀으며, 그 어떤 힘겨운 복병이든 모두 극복해왔지만, 아마도 고집쟁이 혈통으로부터 유산을 이어받았을 아이, 눈 속에서 불길이 이글거리는 저 용감한 아이 앞에서는 그 모든 것이 지워져버렸다.
안토니오는 딸과의 싸움에서 자신이 패배하게 될 것임을 깨닫고 저항을 포기했다. 그는 딸을 앞에 앉히고 마지막 조건을 제시하며 항복했다. 그렇게 그는 딸이 평생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게 될 말을 건넸다.
"좋다. 가도록 해. 하지만 한 가지만 기억하거라. 우리는 우리가 하는 말의 노예가 되고, 하지 않은 말에 대해서는 주인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