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88983922304
· 쪽수 : 352쪽
책 소개
목차
1부 1~14
2부 15~18
감사의 말
리뷰
책속에서
럭키는 충동적으로 복권꽂이에서 용지 한 장을 꺼내 어릴 때 재미 삼아 골랐던 숫자들을 표시했다. 행운의 숫자가 있다고 생각했던 나이 11. 열한 살 때 어른이 되면 삶에 마법이 일어날 것 같아서 한시라도 빨리 이르고 싶었던 나이 18. 숫자를 고르던 시절의 아빠 나이 42. 그날 달렸던 고속도로 번호 95. 그리고 그냥 고른 숫자 77.
럭키는 신발 상자를 찾아 깨진 유리잔을 그 안에 쏟아붓고 갈색 종이로 상자를 포장했다. 그런 다음 포장지 위에 분홍색 형광펜으로 ‘엄마에게’라고 썼다. 하트와 꽃까지 그려 넣고 나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갔다 올게요, 아빠. 쇼핑몰에 가요.”
“착하네, 우리 딸. 행운을 빈다.” 아빠가 대꾸했다. 럭키는 마치 부활절 달걀이나 귀한 보석을 다루듯 신발 상자 꾸러미를 두 손에 경건하게 들고 걸어갔다. 머릿속에서 아빠의 해묵은 조언이 울려 퍼졌다. ‘스스로 믿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해.’ 그래서 럭키는 믿었다. 자신이 연기하는 상황이 실제라고.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보통 사람이 복권에 당첨되었을 때 내지르는 환호성이 아니었다. 럭키가 당첨자로 나서면 체포될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당첨되었다 한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녀는 복권을 접어 신발 속에 넣었다. 그러곤 똑바로 서서 거울 속의 자신을 노려보았다. 낯익은 자세, 무언가를 궁리할 때 나오는 자세였다. 새로운 신원을, 새로운 계획을, 멀리서 아른거리는 꿈을 손에 쥐는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어떻게 해서든. ‘이름을 지어봐. 이야기를 지어봐. 뭐든 생각해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