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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88983945822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09-12-31
목차
1권
평강비사(平岡秘史)
여자는 태왕이 될 수 없는가
월광, 공주의 대부가 되다
평강, 온달을 만나다
기우제로 위상을 높이다
밝혀진 왕후의 사인
별동대와 흑풍대의 충돌
왕후의 원수를 갚다
별동대를 구한 온달
월광, 암습당하다
위기의 순간
장기 포석
공주, 16세에 궁을 나오다
2권
생활의 변화
흔들리는 민심
이불란사 일주문
수련의 길
온달, 무절을 물리치다
낙랑대회의 음모
비단옷에 묻은 피
제가회의를 무력화시켜라
이이제이
아비규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실종
천도
서방님, 어디로 가십니까?
해는 구름에 가려지고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왜들 가만있는 애를 건드려? 힘으로 온달을 이길 장사는 없어. 이놈이 왜 신발을 안 신고 허리에 차고 다니는지 모르지?
‘아 이 남자가 온달이구나.’ 공주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자 온달은 슬그머니 몸을 빼고 자리를 피했다. 변복을 한 임정수가 온달의 역성을 든 노인에게 물었다.
“신발을 들고 다니는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효자라서 그렇지. 제 어미가 눈뜬장님이거든. 그런 어미가 바늘에 찔려가며 기워준 신발인데 아까워서 어찌 흙을 묻히고 다니겠나?”
“오호, 그런 사연이 있는 줄이야.”
“집에 들어갈 때만 잠시 신은 척할 게야.”
임정수는 공주의 얼굴에 드러난 궁금증을 대신해 질문을 계속했다.
“노인장은 어떻게 바보 온달에 대해 그리 잘 아십니까?”
“여기서 온달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소. 내가 볼 땐 바보가 아니라 천하에 둘도 없는 효자지. 아무것도 모르는 것들이 입만 살아서 떠들어대는 거야. 바보는 무슨.”
무심코 내뱉는 노인의 말이 평강의 가슴에 깊이 와 닿았다.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동병상련, 자기도 울보공주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아바마마, 귀족과 조정 대신은 이 땅에서 사라져도 백성은 남습니다. 백성들이 가뭄에 시달리며 목말라 하는 이때에 아바마마께서 몸소 그 백성들 앞으로 나아가 기우제를 올려주십시오.”
“기우제라니? 이 나라는 혹세무민을 배척하지 않느냐?”
“민심을 추스르고 백성들을 단합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참에 아바마마께서는 곡기를 끊으시고 기우제를 드려야 합니다.” (…중략…)
“만약에 비가 안 오면 그 뒷감당을 어찌 하려고 그러느냐?”
“비가 오지 않는다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올리면 됩니다.”
“뭐라? 잠깐만. 가만있자……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고?”
딴에는 옳은 말이었다. 기우제를 지내면 민심을 왕에게로 모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가 내려준다면 그동안 골머리를 썩이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풀리게 될 것이다. 이 가뭄도 언젠가는 끝이 나고 비가 내리게 되어 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평원왕은 딸의 말이 허무맹랑하지만은 않다고 수긍하게 되었다. 가장 단순한 사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면 된다는 생각을 왜 떠올리지 못했을까.
그 때 어디선가 환호성이 우레처럼 터져 나왔다. 대신들은 눈을 비비고 그쪽을 바라보았다. 몇몇은 신음을 흘리기도 했다. 궁에서 나온 꽃 같은 처녀들이 일제히 저고리를 풀고 가슴을 열어 하늘을 향해 내보이며 일어났다 앉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세상에 저런 해괴망측한 일이?”
“요사스럽도다.”
“대체 어린 궁녀들을 데리고 무슨 짓이야? 저러고도 비가 오지 않으면 민심마저 등을 돌릴 터. 말세로다.”
탄식을 발하며 경악하는 대신들과 달리 평강공주의 입가에는 엷은 미소가 설핏 감돌았다. 궁녀들의 발칙한 군무도 평강이 의도한 것이었다. 평강은 이로써 기우제에 대한 소문이 천리만리 퍼져나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과연 사람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비난이라 해도 상관없었다. 울보공주로 알려진 평강은 누구보다 소문의 생리를 잘 깨닫고 있었다. 소문이란 사실 진위 여부와는 상관없다. 오히려 사람들은 자극적인 소문일수록 더 많은 호기심을 나타내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