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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83946553
· 쪽수 : 384쪽
책 소개
목차
1장 국민의 건강을 위하여
2장 초콜릿 탐지차
3장 바비 할머니
4장 초콜릿을 폐기하라
5장 조촐한 점심식사
6장 암시장
7장 초콜릿대용품
8장 설탕 한 포대, 케이크 한 조각
9장 블레이즈 씨
10장 책 보고 요리하기
11장 그럴싸한 배합
12장 비밀을 찾아라
13장 전직 초콜릿맨
14장 소굴을 만들다
15장 신장개업
16장 망보기
17장 경찰의 급습
18장 초콜릿이여, 영원하라
19장 치명적인 도청
20장 사촌형 아놀드
21장 전국유리창청소부연합회
22장 재교육수용소
23장 프랭키 크롤리
24장 재교육, 그리고 석방
25장 곧 옵니다
26장 가엾은 노인
27장 은밀한 계획
28장 도와줄 사람이 필요해
29장 행동 개시
30장 지금은 방송 중
31장 초콜릿과 자유
32장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선거가 끝나고 국민건강당이 집권했을 때, 스머저는 엄마와 아빠가 서로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
“이게 다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이에요.”
엄마가 말했다.
“당신처럼 투표를 하지 않으니까 그 사람들이 집권한 거라고요. ‘착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악이 득세한다’라는 말 몰라요? 다 당신이 저지른 일이에요.”
하지만 아빠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부루퉁한 얼굴로 제과점으로 돌아가서는 무슨 말인가를 중얼거리며 애꿎은 빵틀만 두들겨댔다.
이상한 건 사실 국민 대다수가 국민건강당에게 표를 주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해가 안 돼요, 엄마.”
집에 돌아온 헌틀리는 엄마에게 물어보았다.
“대다수 국민이 원하지 않은 사람들이 어떻게 선거에서 승리하고 또 집권할 수 있어요?”
엄마는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그건 정치적 무관심 때문이란다, 헌틀리.”
헌틀리는 정치적 무관심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한마디로 게을러빠졌다는 소리야.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단지 투표소까지 가는 게 귀찮아서 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지.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반대표를 던져주겠지, 나까지 성가시게 나설 필요가 있겠어? 뭐, 이런 태도란다. 그런데 알고 보면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생각하고 투표를 하지 않은 거지. 무슨 말인지 알겠니?”
“조금은요.”
하지만 헌틀리는 여전히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걸 뭐라고 부르는데요?”
“민주주의.”
엄마가 대답했다.
“마음에 들든 안 들든 지금은 국민건강당이 집권했단다. 이들은 앞으로 5년 동안 정부를 차지하게 되었고 반대의견도 표결을 통해 이길 수 있게 되었어. 그러니 그들이 초콜릿은 몸에 나쁘다고 말하면 나쁜 거야. 더 이상 설탕을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 먹어서는 안 되는 거지. 그게 법이란다. 농성시위나 가두행진으로는 변화를 불러올 수 없어.”
“하지만, 엄마. 초콜릿을 조금 먹는 게 그렇게까지 나쁜 일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엄마도 그래. 이 엄마가 알고 있는 건 이 세상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무엇이 옳은지 알고 있다는 생각에 이건 해라, 이건 하지 마라, 이렇게 살아라, 남들에게 설교하는 걸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야. 이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길만이 유일하게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 생각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단다.”
“헌틀리. 만약에 법이 부당하고 불공정하다면, 누가 봐도 잘못되었다면, 넌 그런 법을 위반할 생각이 있냐?”
헌틀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머리 위에서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아빠는 악법도 법이므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 아빠가 법이란 자연스러운 정의와 상식선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던 게 떠올랐다. 그때 아빠는 자신의 양심에 귀를 기울이고 야만과 불의와 폭력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도 했다. 명령에 무조건 복종할 필요는 없으므로 옳은 일을 선택하라고 했다.
“법이 잘못되었다면 그 법에 맞서 싸우고 바로잡아야 하는 거 아냐?”
스머저가 말했다.
“그래, 네가 지금 사탕과 초콜릿에 관한 특별법을 말하는 거라면 맞는 말일 수도 있어. 그런데 왜 그러는 건데?”
“그게 말이야, 내가 초콜릿을 구할 수 있는 곳을 알고 있거든.”
“뭐?”
“잘 들어. 바깥에 떠도는 소문을 들어보면 국민건강당이 초콜릿과 사탕을 금지했다고 해서 다 끝난 게 아니래. 아까 초콜릿경감이 데이브 쳉한테 하는 소리 못 들었어? 암시장 어쩌고 했잖아.”
“맞아. 그랬지.”
“소문에 의하면 초콜릿 금지령이 떨어지기 몇 주 전부터 초콜릿을 엄청나게 쟁여놓은 사람들이 있대. 산더미처럼 어마어마하게. 정부가 모르는 비밀창고에 초콜릿이 그득하고, 암시장에서 초콜릿이 거래되고 있다는 거야. 난 어딜 가야 구할 수 있는지도 알아.”
헌틀리가 입을 벌리고 멍하니 스머저를 바라보았다.
“안다고? 어디 가면 구할 수 있는데? 진짜 초콜릿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