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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83948397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18-04-30
책 소개
목차
1부 궤도
2부 지구
3부 달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해가 뜬다. 오늘 들어 열네 번째다. 광활한 사하라 땅이 어둠 속 성냥불처럼 타오른다.
나는 큐폴라에 앉아 회전하는 지구를 내려다본다. 문(Moon)2 우주정거장의 창밖으로 사막이 흘러간다. 모래언덕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햇빛이 서쪽으로 밀려든다. 벌써 아프리카 해안이 모습을 드러낸다. 도시들이 스케치처럼 보인다.
그리고 바다.
저기 사람들은 자기들의 행성을 지구라고 부른다. 하지만 땅보다 물이 더 많다. 5학년만 돼도 아는 사실이다. 가끔씩 할아버지가 비드링크를 걸어서 지금은 어디를 지나고 있냐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창밖을 보지도 않고 바다 위라고 대답한다. 십중팔구 맞다.
할아버지는 지구가 지구로 불리는 건 인류와 농경의 인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이 9천 년 전에 곡식을 심고 동물을 기르기 시작했고, 그것이 사람과 땅을 묶었다고 한다. 단단하게. 사랑처럼. 할아버지 말로는, 해를 받아 따뜻해진 흙을 두 손에 담고 손가락 사이로 흘리면 엄마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나야 알 수 없다. 난 이 위에서 태어났으니까.
그리고 우리 엄마는 누굴 어루만지는 타입이 아니다.
어쨌거나 조만간 나는 저기로 간다. 두 달 후면 내 열여섯 살 생일이다. 리브라와 오리온은 이미 열여섯 살 생일이 지났다. 열여섯. 우리 몸이 충분히 강해지는 나이. 집에 갈 수 있을 만큼. 사람들은 항상 우리에게 저기를 집이라고 한다. 우리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인데.
막 건강검진을 받았다. 체중 통과. 골밀도 통과. 우리 모두 다음번 우주왕복선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돌아간다. ‘집’만큼 묘한 말이다.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곳으로 어떻게 돌아가지?
리브라와 오리온이 여기 있게 된 건 우연한 사고였다. 거대한 합작투자 우주개발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러시아와 미국의 우주비행사를 가득 태운 유인 우주선이 지구를 떠났다. 사상 최대 인원의 최장기 우주여행이었다. 수십 년 떨어진 거리에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지구에서는 바닥나가는 담수(淡水)가 거기에는 풍부했다. 최종 목표는 그리로 우주선을 보내 식민 행성으로 삼는 거였고, 계획의 1단계는 사람이 무중력 상태에서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 연구하는 거였다.
이 실험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남녀 우주비행사가 2년 동안 좁은 공간에서 함께 복작대다 보면, 결국에는 서로 섹스를 하게 된다는 것을 간과했다.
여성 우주비행사 한 명이 우주비행 중에 쌍둥이를 임신했다. 당시에는 정기적인 심혈관 초음파 검사도 없었다. 리브라와 오리온의 엄마는 2년간의 우주생활에 임신까지 겹쳐 그만 심장이 망가지고 말았다. 이곳에 두어 번 온 적이 있지만, 오래 머물지는 못한다.
그럼 나는? 내 경우는 음, 좀 의도된 결과였다. 우리 엄마는 뼛속까지 우주비행사였다. 박사학위 두 개로 무장한 군용 비행 검사관이자 천체물리학자였고, NASA(미 항공우주국)의 속성 프로그램에 빠짐없이 뽑힌 엘리트였다. NASA가 민영화된 이후에는 문2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엄마 말로는 우주정거장에 갈 우주인 중 한 명으로 최종 선발됐을 때 미처 임신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중략…)
그래서 내가 태어났다.
우주에서.
열 달 후에.
해가 뜬다. 오늘 들어 열네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