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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83949936
· 쪽수 : 184쪽
· 출판일 : 2025-07-15
책 소개
요즘 십 대들의 성장 온도
일상의 섬세함과 다정한 마음을 글에 녹여낸 최이랑 작가의 신작 『너와 나의 한여름』이 출간됐다. 여름 방학이 시작됐지만, 학원에만 나가게 생긴 ‘나’와 갑작스레 연락이 끊긴 친구와의 이야기다. 혼자서만 고민을 무겁게 짊어졌다고 앓다가 친구들도 저마다 고민이 있음을 이해하고, 함께 손을 맞잡는 방법을 알게 한다.
유미는 여름 방학이 기대되지 않았다. 여행, 자유 시간, 늦잠은 거리가 먼 단어였고, 방학 내내 학원에 다닐지도 몰랐다. 친구 혜리는 바닷가 근처에 사는 이모네로 가고, 우수는 갑작스럽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어느 날 혜리와 이유 없이 연락이 끊기고, 아이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도는데…….
성적에 휘둘리는 유미와 가족 문제로 마음속이 새까매진 혜리, 학생인데도 집안 경제에 암담한 우수. 세 아이는 자신의 위치에서 고군분투한다. 소설은 청소년의 모습 본연을 담아 독자를 인물에 이입하게 만들고 공감과 위로를 슬며시 건넨다. 최이랑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혼자서 버티기 힘들다면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 슬쩍 손을 내밀어도 좋아요. 나와 비슷한 여름을 견디고 있는 누군가 그 손을 모른 척하지 않을 겁니다.’라며 독자를 토닥였다.
너와 나의 여름은 어딘가 많이 달랐다
『너와 나의 한여름』은 여름 방학을 맞이해도 기쁘지 않은 유미가 갑자기 사라진 친구 혜리의 이상한 소문을 듣고 마음이 실금처럼 어긋나는 걸 풀었다. 소설은 청소년 시기의 요동치는 감정을 담백하게 서술했다.
“이게 뭐야?”
나는 종이를 받아들며 엄마에게 물었다.
“방학 스케줄표.”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말을 던지고 숟가락을 잡았다. 그러고는 오이냉국을 입에 넣었다.
(사이)
“방학 동안 이렇게 지내라고?”
나는 스케줄표를 내려놓으며 엄마를 쳐다보았다. 엄마는 태연한 얼굴로 밥을 씹으며 고개를 까딱했다. 아빠가 궁금한 듯 스케줄표를 갖고 갔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와, 이게 다 학원이네?”
아빠가 스케줄표를 살피며 엄마를 힐끔거렸다. 내가 묻고 싶은 거였다.
“중학교 3학년이 꼭 다녀야 하는 학원들이야.”
엄마는 단호했다.
p.45
유미는 엄마가 짠 방학 스케줄표에 끌려가야 했다. 어쩔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갑갑함과 고민이 쌓였다. 방학에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늦잠을 잤다는 건 예전이다. 요즘에는 학원에 과외, 특별 활동까지 끼었다. 유미의 상황에 많은 독자가 공감할 거다.
친구 혜리는 갑작스럽게 이모한테 간다고 했다. 유미 입장에는 혜리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자신과는 다른 방학을 보낸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만 부풀었다.
“이모한테 가는 거야. 이모가 양양에서 사업을 시작했거든.”
혜리가 고분고분 말을 붙였다. 나는 빡빡하게 힘을 준 눈으로 혜리를 쳐다보았다. 이모가 사업을 시작한 것과 중학교 3학년 여름 방학을 맞이하는 혜리 사이에 상관관계는 없어 보였다.
(사이)
혜리가 싱긋 웃었다. 방학 일정은 이미 결정된 듯 보였다. 혜리도 없이 덥고 지루할 게 분명한 여름 방학을 보내야 한다니! 가슴이 갑갑했다.
p.26
둘의 방학은 확연히 달랐다. 유미는 학원 생각에 한숨이 나왔고, 혜리는 즐거워 보였다. 하지만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 흘러갈까. 매 순간 우리는 변화에 떠밀려 살고 있다. 유미와 혜리 그리고 우수까지. 방학은 시작했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건 모두 마찬가지다.
“우리 사이는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어설픈 비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계절을 통과하는 우리만의 방식
청소년기 ‘친구’라는 단어는 떼어 놓을 수 없다. 그만큼 친구와의 관계가 중요한 시기이며 성장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유미에게는 혜리가 그런 친구다. 학교에서 붙어 다니고 어디서든 함께 한다. 서로를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믿었다. 그랬던 혜리가 사라졌다.
거실로 나와 혜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이 울렸지만, 혜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제도 그제도 그랬다.
“진짜로 뭐지?”
이제는 더럭 겁이 났다. 혜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수 없었다.
p.94
유미에게 친구의 부재는 큰 의미를 줬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부서지며 눈앞이 깜깜해졌다. 공부에 집중할 수 없고, 혜리의 연락을 종일 기다렸다. 소설은 유미의 마음을 뒤흔들고, 다음 인물, 그다음 인물의 마음에도 주목한다. 독자는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인물 중 누군가와 자신을 투영해 보거나 공감이 가서 아릿한 자신의 시절을 과거 혹은 현재로 재생시키고 있을 거다.
책 제목 『너와 나의 한여름』은 십 대의 성장 온도를 뜨거운 계절에 빗댔다. 누구는 더위를 덜 타고, 누군가는 선풍기를 들고 다닐 정도로 힘겨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하지만 계절은 공평하게 찾아오고 지나간다. 이처럼 누구나 고민을 겪는 때가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너와 나의 한여름』은 유미에서 혜리, 우수를 거쳐 간다. 나중에는 그들이 한 손씩 내밀어 서로의 손등을 포개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자, 우리도 손을 내밀어 보자. 어느새 손바닥과 손등에 누군가의 따뜻한 온기가 맞닿을 거다.
목차
스콜
막대 사탕
갑자기 아르바이트
방학 스케줄
다른 세상의 중3
새로운 짝
말도 안 되는 소리
태양을 비켜 가는 방법
사라진 혜리
가려진 진실
유미의 결단
부산의 밤
혜리의 낯선 여름
혼자 하는 이별
우수의 여름나기
너와 나의 한여름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여행 갈 거야.”
“여행?”
혜리의 답은 뜬금없었다. 나는 부루퉁한 얼굴로 혜리를 보았다.
“언제?”
“토요일.”
토요일이면 이틀 뒤다.
“너 그런 말 한 번도 한 적 없잖아.”
나도 모르게 얼굴이 구겨졌다. 목소리에도 화가 담겼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그것도 이틀 뒤에 여행이라니, 서운했다.
마음이 왈칵왈칵 뜨거워졌다.
“미안, 미안. 갑자기 그렇게 됐어 ”
혜리가 내 팔을 잡으며 몸을 흔들었다. 미안하다며 사정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왜?”
내 목소리는 여전히 퉁명스러웠다.
“뭐, 그게 진짜 갑자기는 아니고…….”
“뭐야, 갑자기라며!”
뜨거워진 마음이 부글부글 끓어서 터질 것만 같았다. 안 돼. 나는 두 눈에 바짝 힘을 넣었다.
“이모한테 가는 거야. 이모가 양양에서 사업을 시작했거든.”
혜리가 고분고분 말을 붙였다. 나는 빡빡하게 힘을 준 눈으로 혜리를 쳐다보았다. 이모가 사업을 시작한 것과 중학교 3학년 여름 방학을 맞이하는 혜리 사이에 상관관계는 없어 보였다.
“방학 동안 이렇게 지내라고?”
나는 스케줄표를 내려놓으며 엄마를 쳐다보았다. 엄마는 태연한 얼굴로 밥을 씹으며 고개를 까딱했다. 아빠가 궁금한 듯 스케줄표를 갖고 갔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와, 이게 다 학원이네?”
아빠가 스케줄표를 살피며 엄마를 힐끔거렸다. 내가 묻고 싶은 거였다.
“중학교 3학년이 꼭 다녀야 하는 학원들이야.”
엄마는 단호했다.
아빠는 한 손으로 턱을 괴며 스케줄표를 보았다.
“흠.”
“나, 방학이야!”
나는 빽 목청을 높였다.
“알아.”
엄마는 낮고 중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고는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엄마 눈초리가 서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