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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83949882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4-10-25
책 소개
목차
나의 로스 앤젤레스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현관문이 열리면서 펑퍼짐한 검정색 원피스를 입은 아줌마와 빨간 바지 차림의 아이가 나왔다.
“어머, 네가 해미구나. 잘 왔다, 우리 딸.”
가슴이 툭 떨어졌다. 우리 딸. 엄마가 나를 부르던 애칭을 거침없이 구사하며 환하게 웃는 아줌마를 보자 눈물이 핑 돌았다.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오는 것도 엄마와 헤어진 이후 생긴 버릇이다. 엄마와 웃는 모습이 닮은 아줌마가 팔을 크게 벌렸다.
생일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작은 희망도 없이 꾸역꾸역 지내야 하는 일이 억울하면서 기가 막혔다. 대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니 왜 살아야 하나. 도무지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가슴이 점점 답답해지면서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선생님이 우울한 마음이 2주일 이상 계속되면 혼자 앓지 말고 주변에 알리라고 했지만 누구에게 말한단 말인가. 하늘을 향해 원망하듯 한숨을 푸우 내쉬는데 눈물이 귀로 주르르 들어갔다.
“어, 해미야. 우리 딸 해미 아냐?”
우리 딸? 혹시 엄마가 온 건가? 황급히 돌아보니 원장님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우리 딸, 벌써 끝났어? 오늘 장날이라 뭘 좀 살까 해서 나왔는데 우리 딸을 만났네. 잘됐다. 나랑 데이트할까? 우리 둘만의 시크릿 데이트.”
라희가 들어설 때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마치 내가 거기 서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전미지가 퇴소하면서 생긴 자리에 들어온 5학년 라희는 온통 회색빛이었다.
이곳에 있는 아이들은 대체로 밝았다. (중략) 거실에서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데도 라희만 무채색으로 도드라져 보였다. 내 모습도 저러했으리라. 한 방울의 물기도 허용하지 않는 고어텍스처럼 한 점의 웃음기도 없는 얼굴이 완강한 거부감을 내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