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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자연에세이
· ISBN : 9788984313514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09-08-28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작은 경이
기품에 대하여
장소를 안다는 것
성인의 인내
주홍빛을 보다
게를 놓아준다는 것
숲의 마지막 높은 자리
하늘의 부르심
하느님 면전에 휘두르는 주먹
릴리의 닭
외눈박이 괴물을 들여놓을 수 없는 이유
열세 살 딸에게 보내는 편지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
일본에 가서
아주 소중한 삶
비행
집 이야기
단편소설이 좋은 이유
어떤 이별
등이 둘인 짐승 길들이기
사과 훔치기
우리의 깃발은 아직도 있었다
하느님 아내의 계량스푼
감사의 말 /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나는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가 우리네 뒤뜰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세상 가장 외딴 곳에서도 생겨난다고 믿으며, 그런 곳에도 구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01년 9월 우리에게 닥친 희한하고 끔찍한 시기에 이 책을 빨리 묶어내는 일은 나에게 그 시간을 견디는 한 방편이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나는 살아남으려는 의지와 나 아닌 무엇이나 누구를 위해 유익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요구의 밀접한 연관성에 새로이 눈을 뜨게 되었다. 실은 그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할 수 있다. 고통스러웠지만 다른 한편 고통을 완화해주기도 한 이번 글쓰기는, 이번 위기에 대한 내 나름의 헌혈 행위이기도 했다.
작은 변화, 작은 경이, 이런 것들이야말로 내가 견디기 위한 그리고 계속 살아가기 위한 통화(通貨)인 것이다.
정치적 긴급 사태는 수시로 일어났다 잊혀지곤 한다. 하지만 캄캄한 고립 속에서는 성냥불을 계속 켜야만 한다. 극에 달한 오만이 낮을 지배하며, 희망이 사라지도록 강요하는 때일수록 그렇다. 나에겐 울타리 너머로 소리 지를 게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내가 믿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언제나 흐르는 강, 밤의 끝자락에 있는 숲, 한 알의 씨앗에 든 종교, 빨간 생명의 불꽃이 느닷없이 어둠을 헤치고 날아와 파닥거릴 때의 놀람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어린아이와 곰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나는 작은 경이들에 대해, 마음을 다잡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아마도 그 첫걸음은 해변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개껍질의 소유를 포기하는 일부터일 것이다. 단지 흔한 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찬란하고 아름다운 모든 것을 소유하려는 갈급에 저항하는 수련의 차원에서 그래야 한다. 그것은 열 살 먹은 아이의 마음이 자기 바깥 세계의 생명에 어떤 책무를 느끼는 데서 시작될 수 있으며, 그래야 완벽한 소라 껍질이 바다로 되돌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간은 어느 산이든 두렵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던 때 누리던 복을 차버리고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런가 하면 조금씩 다시 올라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너무 늦어버린 게 아니라면 대체로 옳은 방향으로 서서히 옮겨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내 아이들이 내 실수를 보고서 삶의 지혜를 어떻게 쌓아가며 한 걸음씩 전진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