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84316164
· 쪽수 : 272쪽
책 소개
목차
한 점 소리 없이 눈이 내린다 · 안상학
세상에서 가장 낮은 노래 · 이나미
끝나지 않은 노래 · 김해자
먼 바다에서 온 물봉선 · 박남준
한 도보 고행승에 대한 중간 보고 · 한창훈
쓰다듬는 나무가 세상을 키운다 · 이정록
생의 북쪽을 지니고 간다 · 이면우
아니 갈 수 없는 길 · 이원규
바람 같고 산맥 같고 나무 같은 사람 · 정낙추
아름다운 얼굴 · 송기원
목매달아 죽어도 좋은 나무 · 박범신
숲을 이루는 존재들을 위하여 · 이문구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손 · 박경리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사내들은, 아니, 인생이란 게 원래 쓸쓸한 거다. 겨울 같은 거다. 고구마 줄기처럼 외로운 거다. 그러나, 그 무덤에도 겨울 지나 봄이 오면 잔디가 푸르러 푸르러지듯, 저 들판 어디쯤에도 마늘 싹이 돋아나고 보리와 밀이 푸르게 푸르게 짙어질 것이다. 나는 한 그루 참나무를 생각했다. 나는 한 그루 소나무를 생각했다. 추울수록 나이테 촘촘해지는 소나무를 생각했다. 학은 한 그루 소나무 같은 짐승이었다. 누이를 보내는 두어 시간 동안, 화장장 근처에서 우리는, 우리 생을 다 살아버렸다. 순서 같은 것은 우스운 얘기다. 우리들은 저렇게 다 사라지는 것이다. 바람은 안에서 바깥에서도 쉼 없이 불어왔다.
<한 점 소리 없이 눈이 내린다·안상학>
이나미는 언제나 지금 이곳, 우리가 잘 알면서도 짐짓 외면하고 있는 이곳의 아픔을 얘기하고 있다. 그들 편에 서 있다. 아니, 그들과 함께 산다. 모시며 살고 있다. 한없이 낮은 마음이다. 한없이 낮은 말씀이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노래·이나미>
더욱 믿음직스러운 모습은 서두르지 않는 그의 보폭이다. 오래 헤엄칠 자세가 되어 있다는 말이다. 문학이 점점 왜소해지고, 자본에 속절없이 투항하고, 화학비료 뿌리고 성장 호르몬 넣어 속성 재배되는 요즈음, 언제든지 잊힐 수 있고(목숨 걸고 사랑을 한 사람만이 잊힌다는 데 초연하고) 포기할 수 있고(포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치열하게 밀어붙인 사람만이 포기할 수 있다) 그 틈새를 땀 흘려 일하는 것으로 메울 수 있는 당당한 자세, 그는 오래 참고 견딘다. 누군들 삶을 방기하고 싶은 욕망이 없겠는가. 쉽게 포기하고 편안하고픈 유혹이 왜 없겠는가. 한창훈 소설의 미덕은 오래 참고 견딘, 견딜 수 없을 때까지 버틴, 직전의 힘이다. 직전에 터져 나오는 탄성, 직전의 아름다움이다.
<한 도보 고행승에 대한 중간 보고·한창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