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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84316904
· 쪽수 : 368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햇빛 살인
배롱나무
아버지
노래
고아
이상한 가족
짠맛-가출
신맛-첫사랑
연인
단맛-신세계
쓴맛-인생
눈물
매운맛-빨대론
귀가
에필로그: 시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일종의 그림자, 유령 같은 존재가 바로 아버지였다.
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는 여전히, 어디선가 그렇게 걷고 있을 것 같았다. 어떤 날엔 낯선 산협 사이로 난 외줄기 벼랑 끝을, 또 어떤 날엔 가뭇없는 허공을 걸어가는 아버지의 꿈을 꾸기도 했다. 아버지 없는 자리는 나날이, 놀랄 만큼 확장되고 있었다. 무심히 지나쳐 무의식 속으로 침전되어버린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이 하루가 다르게 복원되는 속도도 놀라웠다. 아버지는 수많은 해석의 길을 거느린 놀라운 텍스트였다. 그녀는 그것을 너무 뒤늦게 알았다.
“버리긴 뭘 버려요? 아저씨 취했네!” 그녀가 받았고, 만취한 내가 한 번 더 목청을 높였다. “버렸잖아, 지금? 이제 내 인생 살아야 한다, 깃발은 그럴 듯하지만 그게 뭐야, 버리는 거지. 안 그래? 나도 고등학교 때 하란 공부는 안 하고, 아버지 등짐 져 번 돈으로 겨우 시집이나 사서 모은 놈이야. 울 아버지는 시가 뭔지도 몰라. 이 꼬락서니로 살 거면서, 그때 이미 아버지를 내다 버린 거지 뭐. 모든 아버지가 다 그래. 늙으면 무조건 버림받게 돼 있어. 과실을 따올 때 겨우 아버지, 아버지 하는 거라고. 둘러봐. 아버지가 번 돈으로 술 마시는 쟤네들, 쟤들 머릿속에 지금 늙어가는 아버지들이 들어 있겠어?” 그녀의 눈에서 그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