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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84371088
· 쪽수 : 340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난 늘 인간과 비슷하다고 느끼며 살았다. 내게는 다른 개와는 다른 뭔가가 있었다. 개의 몸을 입고 있지만 그건 껍데기일 뿐이다. 몸 안에 뭐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영혼. 내 영혼은 인간인 것을.
난 이제 인간이 될 준비가 다 됐다. 죽음으로 나의 모든 걸 잃게 된다는 것을 안다. 기억 전부를, 경험 전부를 잃겠지. 그것들을 안고 다음 생으로 가고 싶지만-스위프트 가족과 겪은 일이 워낙 많아서-그 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내가 억지로 기억하는 것 외에 어쩔 수 있을까? 내가 아는 걸 영혼에-위도 옆도 없고, 페이지도 없고, 아무 형태도 없는 영혼에-새기려 애쓸 수밖에. 내 존재의 주머니 속 깊이 박혀서, 새로 눈을 떴을 때 물건을 쥘 수 있는 손을 보면 알리라. 이미 알고 있으리라.
데니는 레이싱을 움직임이라고 말한다. 한순간의 일부이며, 그 순간을 제외한 어떤 것도 인식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은 나중에 해야 된다.
위대한 챔피언 줄리언 사벨라로사는 ‘레이싱을 할 때는 내 몸과 마음이 워낙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나는 생각하면 안 된다. 생각했다가는 실수하고 말 것이다.’라고 말했다.
데니가 외출하면 이브가 내게 밥을 차려주었다. 그녀가 몸을 굽혀 사료그릇을 줄 때, 내 코는 그녀의 머리 근처에 있게 된다. 그때 나는 나쁜 냄새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나무 썩는 냄새, 버섯 상한 냄새, 축축하고 질펀하게 썩는 내. 이브의 귀와 누관에서 나는 냄새였다.
이브의 머리에 뭔가 이상이 있어보였다. 내가 말할 수 있었다면 데니와 이브에게 경고할 수 있었으련만. 병이 발견되기 한참 전에.
안타깝게도 그들은 오랜 후에야 기계와 컴퓨터, 인간의 머리를 들여다보는 의료장비를 동원해 병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첨단 의료장비를 정밀하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투박하고 무딘 편이다. 증상에 무게를 두는 의료철학에 근거해 반응할 뿐, 늘 한 발 늦기 때문이다. 내 코는-그렇다, 맨질맨질하고 작고 검은 코는-이브보다도 한참 전에 뇌가 병들었음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