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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84371231
· 쪽수 : 568쪽
· 출판일 : 2013-04-08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8
제1부 / 19
제2부 / 74
제3부 / 140
제4부 / 306
옮긴이의 말 567
리뷰
책속에서
열세 살 생일날, 나는 선언했다.
“난 절대로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을 거예요.”
내가 언제 어디서 그런 선언을 했는지 분명하게 기억한다. 저녁 6시경, 맨해튼 브로드웨이 웨스트 63가에 있는 레스토랑에서였다. 그날은 1987년 1월 1일이었고, 내 부모의 말다툼이 막 끝났을 때였다.
그날, 내 부모는 거나한 술기운과 뿌리 깊은 감정의 골이 겹쳐지며 격렬한 말다툼이 벌어졌다. 엄마가 아버지에게 ‘머저리’라고 소리치고 화장실로 달려가는 것으로 그날의 부부싸움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레스토랑의 손님들은 내 부모의 부부싸움을 호기심 어린 눈길로 구경했지만 정작 내게는 그다지 충격적일 것도 없는 일이었다. 내 부모는 외동딸인 내 시선에 개의치 않고 자주 충돌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추수감사절, 외동딸의 생일에도 충돌은 여지없이 이어졌다.
“시치미 뗄 필요 없어요. 브래드가 당신 과거사도 알아보지 않고 채용했을 거라 생각해요? 브래드는 아마도 당신이 하버드에서 겪은 일을 죄다 알고 있을걸요.”
나는 깜짝 놀란 눈으로 트리시를 바라보았다.
“내 사생활까지 조사한 줄은 몰랐어요.”
“회사 내부에 조사위원회가 있어요. 고용대상자가 <프리덤 뮤추얼> 문화에 잘 어울리는 사람인지 점검하는 조사팀이죠. 당신이 우리 마음에 든 이유가 뭔지 알아요? 하버드대학 영문학박사가 되기까지 혼자 힘으로 길을 개척한 것도 높이 사줄만했지만 어려운 여건에서도 풋내기처럼 굴지 않은 거였어요.”
“어려운 여건이란 게 뭔지 말해줄래요?”
“지도교수와 4년간 밀회를 나누면서 끝내 숨겼잖아요.”
그때 턱시도를 입은 남자가 우리가 앉은 테이블로 다가왔다. 그는 호텔 당직 지배인이라며 술값을 계산하고 당장 나가달라고 말했다.
“잘 들어, 이 자식아. 나를 여기서 내보내려면 보스턴경찰청의 짭새들을 죄다 불러와야 할 거야.”
트리시가 말했다.
“제가 완력을 사용하지 않게 해주세요.”
지배인이 점잖게 말했다.
나는 술값을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말했다.
“우리가 나갈게요.”
“빌어먹을! 난 안 나가.”
트리시가 말했다.
“내가 댁까지 모셔다 줄게요.”
“당신이 우리 고모 년이라도 돼?”
트리시는 그렇게 말하고는 의자에 주저앉아 빙긋 웃었다.
“지배인이 경찰을 부를 거예요. 그 경우 우린 체포당할 수밖에 없어요. 경찰에 체포되면 우린…….”
“걱정 마. 내가 출동한 경관 놈의 좆을 빨아주면 고맙다고 인사하고 풀어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