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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84374966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25-03-11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길 반대편에서 네 사람이 걸어왔다. 걔네가 우리를 보고 씩 웃었다. 나쁜 징조였다.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애들이 씩 웃는 건 ‘지금부터 너를 못살게 굴면서 놀 거야.’라는 뜻이다.
바로 우리를. 나와 내 언니 에밀리를. 에밀리 언니는 열네 살이다. 나보다 세 살 많다. 언니의 얼굴이 하얘졌다. 쟤네는 언니와 같은 반이고, 언니가 자기들을 무서워한다는 걸 알고 있다.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애들이 원하는 게 바로 그거야. 두려움.]
몇 달 전, 이 괴롭힘이 시작될 때 나는 언니에게 글을 썼다.
언니는 내 말이 맞다고 했다. 하지만 그래도 걔들은 언니가 두려워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언니는 걔네가 우리 쪽으로 올 때 내 귀에 속삭였다. “건너편 길로 가자.”
넷 중 대장인 도로테가 소리쳤다. “어딜 가려고!”
언니가 얼어붙었다. 나는 계속 걸어가는 게 좋다는 뜻으로 언니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도로테 일당이 우리를 둘러쌌다.
도로테가 말했다. “땅꼬마 에밀리가 바보 동생이랑 산책 나왔나 봐?” 그 말에 나머지 셋이 웃었다. 그 셋은 도로테가 못된 말을 할 때마다 웃는다. 언니가 떨기 시작했다. 나는 언니의 손을 더 꽉 잡고, 도로테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도로테가 말했다. “이 찌질이 좀 봐. 센 척하고 있네.”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도로테가 계속 말했다. “왜 말을 못할까? 저능아니까!”
바로 그때, 나는 내가 쓴 글을 도로테의 얼굴 앞에 내밀었다.
읽지 않을 수 없게 눈앞에 들고 있었다.
[어젯밤에 엄마한테서 저능아라는 말을 들었지? 엄마한테 늘 심한 말을 듣지? 그래서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거야.]
도로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큰 비밀을 들킨 듯한 표정. 내 말이 맞을걸.
도로테가 씩씩대며 말했다. “우리 엄마가 그런 말한 거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았냐고?”
나는 방금 새로 쓴 글을 내보였다.
[네 눈을 보면 난 다 알아.]
내가 오브에게 말했다. “내가 참깨 세상에서 정말 좋아하는 게 뭔지 알아? 모두가 책을 읽는 거야! 화내거나 싸우는 사람도 없어. 개들은 서로 다 친구야.”
오브가 말했다. “참깨 세상에서는 모두가 대화를 나눠. 누구나 글이 있는 책을 좋아해. 종일 전화기를 들여다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갑자기 힘든 세상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오로르!”
조지안느 선생님이다.
나는 오브한테 말했다. “이제 가야 해.”
오브가 말했다. “오늘 밤에 다시 와.”
“네가 저쪽 세계로 나를 보러 오면 정말 좋을 텐데.”
“여기로 와서 나를 데려가면 되지. 그렇지만 나는 거기서 밤을 보낼 수 없어. 내가 힘든 세상에 가는 건, 네가 남을 돕는 데에 내 도움이 필요할 때뿐이야.”
“오로르!” 조지안느 선생님이 다른 세계에서 내 이름을 크게 불렀다.
오브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주문을 외웠다. “골칫거리 세상으로.” 힘든 세상으로 돌아가는 게 괴로운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힘들면 참깨 세상으로 피하면 되니까. 오브 말고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 모두가 이 세상에 있으니까. 각자 골칫거리는 안고 있지만.
나는 다시 주문을 외웠다. “골칫거리 세상으로.” 눈을 뜨자 나는 집에 돌아와 있었다. 선생님이 신기하다는 듯 나를 보았다.
“방금까지 어디 있었어?”
[다른 곳에 있었어요.]
“상상의 장소?”
[아니요, 진짜로 있는 곳이요. 아, 그리고 진짜로 현실적인 문제도 있어요. 루시 언니가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게 만들 방법이 없을까요? 루시 언니는 자기 외모를 싫어해요. 제가 보기에는 괜찮은데. 루시 언니는 계속 음식을 먹고 계속 자기 몸을 미워해요.]
선생님이 말했다.
“오로르, 알아야 할 게 있어. 다른 사람의 행복은 네 책임이 아니야. 네 행복이 남의 책임도 아니고.”
[그래도 행복해지도록 남을 도울 수는 있죠.]
“그래. 시도할 수는 있어. 남을 도우려고 하는 건 아주 좋은 일이기도 해. 그렇지만 인생을 더 밝게 보도록 남을 설득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인생을 달리 보는 건 스스로가 해야 하는 일이야.”
내 머릿속에는 엄마와 아빠가 여러 일들에 실망하고 슬퍼하던 게 떠올랐다. 나는 내 언니가 괴로워하는 것도 안다. 언니는 학교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보는 눈 때문에 괴로워한다. 그리고 루시 언니도 있다. 수학을 아주 잘하지만 자기 몸 때문에 마음이 불편한 루시 언니.
내가 물었다. [행복은 선택이에요?]
조지안느 선생님은 그 말을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모든 건 선택이야.”
괴물 나라 정문은 고래 입 모양이었다. 날카로운 이빨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안에서 등이 굽은 남자가 나타나 자신을 콰지모도라고 소개했다. 한쪽 눈을 감고 있고, 얼굴에는 온통 흉터가 있었다. 그가 공원을 안내하겠다고 말하며 언니들의 어깨를 감싸자 둘은 비명을 질렀다.
엄마가 물었다. “소설에 나오는 그 콰지모도예요?”
콰지모도가 말했다. “어머니께서 책을 많이 읽으시는군요.” 그리고 ≪노트르담 드 파리≫는 자기 이야기가 맞다고 했다.
언니가 말했다. “엄마는 아빠만큼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아요.”
[그렇지 않아! 엄마는 책을 아주 좋아해요.] 나는 태블릿에 썼다.
언니가 말했다. “책을 더 좋아하는 사람은 아빠야.”
“에밀리, 그건 비교할 일이 아니야.” 엄마가 말했다.
언니가 콰지모도에게 물었다. “아저씨는 착한 괴물이에요?”
콰지모도가 말했다. “나는 괴물이 아니야! 나는 평범해. 외모가 다를 뿐이야.”
[맞아요, 콰지모도. 저도 사람들한테서 다르다는 말을 들어요.]
“나도!” 루시 언니가 말했다.
에밀리 언니가 콰지모도에게 말했다. “나쁘게 말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여기가 ‘괴물 나라’니까 저는 그냥…….”
엄마가 말했다. “다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조심해야 해. 사람을 외모로만 판단하면 안 돼.”
루시 언니가 말했다. “저는 너무 잘 알아요!”
콰지모도가 우리를 아주 무서워 보이는 놀이기구로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