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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84374577
· 쪽수 : 308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보카는 우리한테 말했다.
“어제 몽테뉴와 토론을 했어. 주제는 두려움이었어. 몽테뉴가 뭐라고 말했는지 알아? ‘내 삶은 끔찍한 불행으로 가득한 것 같았지만, 그 대부분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내가 말했다. “좋은 말이야! 정말 맞는 말이네! 우리는 절대로 벌어지지 않을 일들을 너무 많이 걱정해.”
아보카가 말했다. “두려움은 인생의 나쁜 면이지. 그렇지만 두려움도 선택이야. 나랑 함께 사는 사르트르는 ‘우리는 우리의 선택이다.’라는 생각에 골몰하고 있어. 이 말은 ‘우리는 자신이 결정한 선택들의 결과물이다.’라는 뜻이야.”
내가 물었다. “그럼, 우리가 불행해지기를 선택하면……?”
아보카가 말했다. “불행해지지. 살아가면서 나쁜 일이 벌어졌을 때 우리는 그 일에 어떻게 반응할지 선택하는데, 그 선택에 따라 정말로 더 나쁜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어.”
내가 말했다. “그러니까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할 때, 괴롭히는 아이들이 하는 말이 옳고 내가 걔들을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을 선택한다면…….”
아보카가 말했다. “바로 그거야! 괴롭힘을 당하는 건 힘든 일이지. 그렇지만 걔들한테 그냥 굴복하거나, 겁먹고 선생님한테 얘기하지 않기로 마음먹으면, 그것도 너의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어.”
“그러니까 사르트르의 말은 우리 선택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뜻이야?”
“바로 그거야! 오로르, 역시 너는 벌써 철학을 이해하기 시작했네!”
“여자를 좋아하신다니, 무슨 뜻이에요?”
엄마가 선생님 대신 대답했다.
“내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선생님은 사랑하고 연애하는 상대가 여자라는 뜻이야.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도 있어. 예전에는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나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봤어. 범죄자 취급을 하기도 했어.”
아빠가 말했다. “지금도 그런 한심한 나라들이 있어.”
“그래도 다행히 그런 나라는 점점 사라지고 있어. 여자가 여자를 사랑한다고, 남자가 같은 남자를 사랑한다고 해서 범죄자 취급을 받는 건 아주 잘못된 일이야. 그게 중요하지.”
다이안 선생님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로르 어머님 아버님은 아주 멋진 분들이세요. 사랑하는 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걸 잘 아시네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무도 차별받지 않고 모두가 평등해야 해요. 오로르, 오늘 새로운 단어를 배우네. ‘차별’과 ‘평등’.”
다이안 선생님과 공부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즐거움이 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인터넷 사전을 검색하는 것이다. ‘차별’은 ‘등급이나 수준 따위의 차이를 두어서 구별함’이라는 뜻이고, ‘평등’은 ‘권리, 의무, 자격 등이 차별 없이 고르고 한결같음’이라는 뜻이다.
‘평등’. 마음에 들어. 앞으로 즐겨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