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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모에가라 (지은이), 김해용 (옮긴이)
밝은세상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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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84373495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18-03-29

책 소개

일본의 평범한 샐러리맨 모에가라가 트위터에 올리기 시작한 글이 9만 명이나 되는 팔로워로부터 폭넓은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며 단행본으로 선을 보이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트위터에 140자씩 글을 써서 올리다보니 '140자 문학'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목차

나보다 더 사랑했던 그녀에게 '친구 신청'을 했다
어둠 속에서 손을 내밀어
뷰티풀 드리머를 몇 번 봤어요?
좋아하는 사람이란 뭐지, 생각해본 적은 있어요
그리고 또 작별의 시작
그녀는 바다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1999년에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다
살기 힘든 나라에서 간신히
도쿄 발 은하철도
비가 자주 내리는 이 별에서는
도쿄가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
그녀가 모르는 남자에게 안겨 있던 90분은 영원처럼 길었다
원룸의 플라네타륨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네가 여행을 떠나는 몇 가지 이유
그들 발소리의 발라드
영원도 반쯤 지나고
아침은 반드시 밤이 되듯이
백 투 더 노 퓨처
옮긴이의 말

저자소개

모에가라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73년 요코하마 출생으로 텔레비전 프로그램 자막과 세트를 제작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트위터에 일주일 한 번씩 140자를 써서 올린 글이 이 소설의 탄생배경이 되었다. 트위터에서 9만 명의 팔로워를 끌어 모을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일본사회 유명인사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2016년 2월부터 8월까지 웹사이트 <cakes>에 내용을 보완해 연재한 끝에 단행본으로 출간하게 되었다. 초판본이 너무 일찍 동나는 바람에 많은 서점들에서 품절사태를 빚기도 했다. 이 소설은 결코 잘난 체하거나 과장하지 않는 표현, 서정성이 뛰어난 문장으로 그가 살아낸 시간과 만난 사람들의 숨결과 향기를 풀어헤쳐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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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용 (옮긴이)    정보 더보기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 편집자로 일하며 다수의 일본 작품을 번역하고 편집했다. 오쿠다 히데오의 『버라이어티』 『나오미와 가나코』, 이사카 고타로의 『악스』, 모리미 도미히코의 『야행』, 츠지무라 미즈키의 『도라에몽: 진구의 달 탐사기』 등의 소설과 『조류학자라고 새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 『지성만이 무기다』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신공룡 도감: 만약에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등 여러 교양서를 우리말로 옮겼다. 마음은 늘 많은 것을 내려놓고 싶지만 내려놓을 것이 별로 없거나 내려놓았다가 잃어버린 것이 많아서 적극 내려놓기를 망설이다 내려놓는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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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언젠가 트위터에 댓글을 달아준 적 있는데, 혹시 기억 안 나요?”
그녀는 타이트한 스커트 주머니에서 꺼낸 스마트폰으로 오래 전 트위터에서 오간 대화내용을 보여주었다. 내가 언제 그녀와 그런 대화를 나누었는지 기억하려고 애써보았지만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트위터 사진이 예쁘네요. 당신이 예쁘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봐서 미안해요.”
“아, 그래요? 예쁘다니 기분 좋아요. 자, 그럼 예쁜 여자와 사진 한 컷 찍어야죠.”
그녀는 스마트폰을 셀프모드로 바꾸며 다정하게 내 팔짱을 끼었다.
“치즈.”
연회장 여기저기에서 왁자지껄 떠들어대고, 건배하고, 셀프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일련의 의식이 모두 끝나갈 무렵 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은근해졌다.
“저기요, 메일로 사진을 보내드릴게요.”
그녀가 씽긋 웃어 보이고 나서 연회장을 떠나는 손님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파티참석자들 대부분이 밖으로 빠져나가고 나서 스마트폰 진동이 울렸다.


흔들리는 전동차 안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동안‘알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글과 함께 한 여성의 이름이 떠올랐다. 나는 흔들리는 몸의 중심을 잡기 위해 전동차 손잡이를 부여잡으면서도 그 이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지난날 내 자신보다 소중했던 여자, 바로 그녀의 이름이 화면에 떠올라 있었다.
‘오자와(가토) 가오리’
모처럼 그 이름을 대하자 감회가 새로웠다.
승객들을 가득 태운 전동차는 예정대로 가미야초 역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문이 열리는 순간 승객들이 마치 눈사태라도 난 듯 플랫폼으로 쏟아져 내렸다. 문이 닫히기 직전 나는 전동차에서 내리기 위해 서두르는 승객들을 피하며 ‘오자와(가토) 가오리’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들여다보았다.
마침내 전동차 문이 야멸치게 닫혔다. 전동차는 눈에 띄게 줄어든 승객들을 태우고 가스미가세키를 향해 출발했다. 가까스로 제정신을 차린 나는 어시스턴트에게 갑작스레 일이 생겨 늦을 테니 기다리지 말고 먼저 회의를 진행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전동차 안은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고, 가끔 심하게 흔들렸다. 전동차 밖으로 낯선 풍경이 지나갔다.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들어 전동차가 멈춰 서자마자 서둘러 내린 다음 주위를 살펴보니 우에노 역이었다. 샐러리맨들이 마치 좀비처럼 떼를 지어 개찰구를 통해 플랫폼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좀비 물결에 이리저리 떠밀리면서도 나는 가오리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
아뿔싸! 나도 모르게 낭패스런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샐러리맨들에게 이리저리 떠밀리다 실수로 그만 친구 신청 버튼을 눌러버렸기 때문이다. 예기치 않게 발생한 일이라 몹시 당황스러웠다. 망연자실한 얼굴로 멍하니 서 있는 동안 출근이 바쁜 샐러리맨들이 내 몸을 스치며 지나갔다.
나는 시간이 멈춰버린 듯 우두커니 서서 ‘친구 신청이 완료되었습니다.’라는 알림표시가 떠올라 있는 화면을 우두커니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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