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84374287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1-07-1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는) 보리차 한 잔
왜 일하냐고 묻거든 그저 웃지요
1부. 일단 배부터 채우고 봅시다
한 끼_ 프리랜서로 살면서 생긴 기준
두 끼_ 솔직한 동기부여
세 끼_ 일에 미친 K-국민
네 끼_ CEO를 꿈꾸던 열세 살
다섯 끼_ 너는 일이고 나는 나야
여섯 끼_ 8년 전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일곱 끼_ 연봉 두 배 올린 썰 푼다
여덟 끼_ 책 한 권 팔아서 얼마 벌어요?
아홉 끼_ 시간이 없으면 시계를 사면 되잖소
열 끼_ 번아웃이 뭔데, 그게 왜 나한테 오는 건데
열한 끼_ 나는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2부. 일하려고 사는지 살려고 일하는지
열두 끼_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있을 것
열세 끼_ 살려면 운동해야 해, 살려고 하는 거야
열네 끼_ 마음을 쓰는 일
열다섯 끼_ 결국 삶에서 결혼도, 엄마가 되는 것도 지웠다
열여섯 끼_ 자영업자로 살아남기
열일곱 끼_ 테슬라, 애플 그리고 나
열여덟 끼_ 자기 성격의 장·단점을 서술하시오
열아홉 끼_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을지도
스무 끼_ 백화점에 돈 벌러 갑니다
스물한 끼_ 돈을 버는 것과 말의 무게를 견디는 것
3부. 일에 치이지 않으려면
스물두 끼_ 저는 뷔페를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스물세 끼_ 일과 삶의 균형이라니
스물네 끼_ 질투는 나의 힘
스물다섯 끼_ 좋아하는 일로 돈 벌기
스물여섯 끼_ 첫 직장, 첫 월급의 꼬리표
스물일곱 끼_ 퇴사하는 마음, 퇴사를 바라보는 마음
스물여덟 끼_ 믿는 만큼 자란다
스물아홉 끼_ SNS를 대하는 나의 변화
서른 끼_ 삶이 버겁고 지겨울 때
서른한 끼_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필로그는) 숭늉 한 그릇
운의 영역, 큰 기대 없이 최선을 다하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왜 일하냐고 묻거든 그저 웃지요]
학교를 졸업하고 밥벌이를 시작할 때만 해도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글 쓰고, 책 파는 삶’을 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나고, 접해보지 못한 직업인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졌다. 그때마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경희입니다. 파인애플을 좋아해요. 책 읽는 것도요. 요즈음에는 재테크에 관심이 있어요”라 말하지 않는다. 소개팅 자리가 아니고서야 이런 소개를 할 일은 거의 없다. 사실 소개팅 자리에서도 통성명 다음에는 ‘그럼 무슨 일 하세요?’로 이어지니까. 어쩌면 일을 빼고는 나를 설명할 수 없는 것 같아서 “안녕하세요. 김경희입니다. 서점을 운영하고요, 몇 권의 책을 냈어요”라 말하며 일로 나를 소개한다.
일이 나의 타이틀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일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자아실현? 사회에 이바지? 아니다. 먹고살기 위한 것이다. 지구를 구하는 일도 아니고 생명을 구하는 일도 아니다. 대단한 사명감도 없다. 그저 내 힘으로 나 하나를 책임지기 위한, 생계를 위한 일.
[프리랜서로 살면서 생긴 기준]
‘안녕하세요. ○○의 아무개입니다. 어쩌고저쩌고 저희는 이러한 회사고~ 이번에 엄청난 행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장소는 어디고~ 시간은 언제며~ 행사 주제는 무엇이며~ 함께 진행하는 출연자는~ 시간은~ 이렇습니다. 참여 가능한지 회신 부탁드립니다.’
장황한 메일과 첨부 파일에 담긴 회사와 행사 소개. 모든 게 꼼꼼하지만 하나가 빠졌다. 바로 돈. 행사를 진행하는 주체도, 행사의 주제도 너무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돈이다. 돈만 쏙 빠진 제안 메일을 받을 때면 한숨부터 나온다. 내 노동에 대한 대가로 상대가 얼마를 지급할 생각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이리 재고 저리 재게 된다.
‘나에게 맞는 행사인가, 내가 잘 준비할 수 있을까, 가능한 일정인가?’ 아…… 부질없다. 노동의 대가가 얼마인지도 모르는데 혼자 종일 고민하고 있으면 뭐 하나. 노트북을 열어 회신을 보낸다. 제안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당일 다른 일정이 있어 참여가 힘듭니다. 모쪼록 행사 잘 치르시길 바랍니다.
제안서에 강연료 혹은 원고료를 명시하고, 지급 일자까지 적어서 보내는 곳이 있다. 그런 곳과 일하면 된다. 내가 너무 돈, 돈 하는 거 아니냐 싶을수도 있다. 하지만 일을 제안하면서 돈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은 나의 시간과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그런 곳과의 일은 거절한다.
(……) 내가 얼마를 받게 될지, 받게 된다면 언제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태로 일을 하던 때가 있었다. 돈 이야기를 꺼내는 게 어려워서. 한참 후에 통장을 확인하고 나서야 ‘아, 이 돈이었구나’ 했다. 일을 받는 처지라 일을 주는 상대에 모두 맞춰서 응대하고, 따랐다. 하지만 점차 깨달은 것은 ‘일의 주체는 내가 되어야 한다’는 것. 내게 일은 돈을 벌기 위한 활동이고, 나는 내 노동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받아야 하니까.
사회인 8년 차. 회사원에서 자영업자, 자영업자에서 프리랜서, 프리랜서에서 다시 급여노동과 프리랜서 일을 겸하는 사람으로 변신하며 쌓인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일할 때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일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합리적인 마감 일정, 그리고 돈. 그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에 종종 내가 일을 제안하는 주체가 될 때는 메일로 업무의 내용과 마감 일정 그리고 돈을 꼭 명시한다. 그게 일의 의미나 재미나 그 모든 것보다 중요하니까.
[연봉 두 배 올린 썰 푼다]
단골손님에서 직원이 되어 분위기를 익히고 적응하며 시간을 보내니 한 달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도 사장님 혼자 일해서 한 사람의 인건비를 겨우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인 걸 뻔히 알고 있었으니, 월급을 받을 마음은 없었다. 내 통장에는 회사 다니면서 모아둔 적금이 있었고, 조금 도와주다가 적당한 때가 되면 네 번째 직장을 찾아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사장님이 월급을 보냈다. 나는 정말 괜찮다고, 돈을 돌려주기 위해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그럴 수는 없다고, 더 많이 못 줘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내 월급 주겠다고 본인 월급 못 가져갔을 걸 생각하니 짠한 마음이 들었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사장님은 버는 돈 없이 어떻게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을까 하는 걱정도 함께.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업데이트할 때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두 사람분 인건비를 만들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출근한 나는 ‘무슨 일이든 시켜주세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며 앉아있는데 사장님이 어째 일 시킬 생각을 전혀 안 했다. “제가 송장 출력을 해볼까요? 아니면 홈페이지에 업로드 좀 해볼까요?” 말할 때마다 괜찮다고만 했다. 아니 괜찮으면 안 되는데. 두 명분 인건비를 챙기기 위해서는 두 명이 밤을 새워 일해도 모자랄 판인데 왜 자꾸 괜찮다고만 하는 거지 싶어 가만히 지켜보니, 사장님은 일을 시켜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혼자서 일한 시간이 길다 보니 그에 익숙했고, 솔직하게 말하면 스스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맙소사.
이렇게 앉아만 있다가는 둘 다 굶어 죽는다. 일을 시키지 않는 사장님을 마냥 기다릴 순 없었다. 나한테 일을 시키지 않으면 내가 시켜야지.
“사장님, 송장 프로그램 사용법 좀 알려주세요. 지금 당장요.”
“이거 다 사장님 개인 책이에요? 이제 안 보실 거죠? 그럼 이거 온라인에서 제가 팔 테니까 일러스트로 템플릿 좀 만들어서 저한테 5시까지 보내주세요.”
“출근 중이시죠? 책 사진 찍을 때 배경이 중요하니까 화방 들러서 배경지 사 오시고요. 앞으로는 배경지에 놓고 책 사진 찍어서 홍보해주세요.”
그렇게 하나씩 일을 시켰다. 두 사람이 각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하면 베스트겠지만 쉽지 않았다. 시킬 수 있는 사람이 시켜야 했다. 고용자와 피고용자의 역할 따위는 없었다. 나에게 중요한 건 일이 되게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