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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88984988002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07-12-13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별/ 대숲/ 쇠/ 재첩국/ 강/ 오줌/ 쥐/ 나라/ 몸/ 구덩이/ 날/ 젖과 피/ 현/ 하구/ 다로금/ 아수라/ 연장/ 기러기 떼/ 월광/ 뱁/ 길/ 주인 없는 소리/ 악기 속의 나라/ 초막/ 금의 자리/ 가을빛
가야와 삼국사 연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니문이 건너가자 우륵은 바닷가로 나왔다. 바다는 만조로 부풀어 올랐고, 보름사리의 밀물이 이제 물러서고 있었다. 별들이 깔렸는데, 별과 물 사이에 소리가 가득했다. 소리가 바다를 건너오는 것인지 하늘에서 쏟아지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물이 뭍으로 덤벼들 때 소리는 뭍으로 넘쳐 들어왔고, 물이 물러설 때 소리는 끌려갔다. 끌려가는 소리가 다 끌려가기 전에 다시 물이 뭍으로 달려들어 끌려가던 소리와 달려드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부딪치고 뒤섞여서 함께 달려들었다. 그 소리는 세상이 아닌 곳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와서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다 지우는 소리였다. 그 소리는 귀에 들렸으나 들었다고 할 수 있는 소리는 아니었고 다만 불려가고 또 불려오는 소리였다. 그 소리는 사람의 손가락으로 튕겨내거나 사람의 입으로 불어낼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 소리는 사람과 사소한 관련도 없는 소리였다. 그 소리는 사람을 향해 다가오는 소리가 아니었고 자미원을 향해 불려가는 소리도 아니었다. 알아들을 수 없고, 막을 수도 없는 소리였다. - 본문 중에서
우륵이 열두 줄 위에 두 손을 얹었다. 늙고 거친 손등에 저승꽃이 피어 있었다. 순장의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던 백성들과 고을들을 태우고 부수는 연기와 말 먼지, 우물과 시궁창을 메우고 썩어가던 시체들이 우륵의 눈앞에 떠올랐다. 다로의 넓은 들을 크게 구비치는 강과 바람에 서걱이던 달기의 숲과 별과 물 사이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시간의 소리가 몰려오던 물혜의 바닷가도 떠올랐다. 그 여러 고을 사람들의 말투는 느리거나 빨랐고 치솟거나 주저앉아 고을마다 달랐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