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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비평론
· ISBN : 9788984988545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08-05-22
목차
책머리에
1부 테마 기행
현대문명의 공간에 대한 상상력
존재의 비의(秘意)를 찾는 여정
야생화의 시세계
자연의 충분조건과 문명의 필요조건
신춘문예제도의 문제점
친일문학론의 맹점
‘황토현’의 뜨거운 상징을 뛰어넘기
2부 시인 산책
밀고 당기는 몸과 산문시의 리듬 -정진규論
무지개를 보는 눈 -오탁번論
바람의 현상학 -김명인論
절망과 소망의 경계에 서 있는 생명의 노래 -최두석論
긴장과 단순함의 사이에서 -송재학論
눈먼 창녀의 고백 -김영승論
치밀한 관찰력의 장인 -김기택論
물구나무 서서 보는 풍경 -김신용論
죽음에 세 들어 있는 삶의 풍경 -전동균論
자연과 풍속의 내면화 - 문태준論
상처와 욕망의 가계 - 유홍준論
3부 시집 기행
황지우의 불교적 상상력 -시집 『게 눈 속의 연꽃』이 쓰인 내력
북어의 눈 -최승호 시집 『모래인간』
상처학교의 시인 -황학주 시집 『너무나 얇은 생의 담요』
유목의 새로운 풍경 -이재무 시집 『푸른 고집』
닫혀 있는 상자의 내밀함 -이경림 시집『상자들』
어리고 비린 길의 풍경 -문인수 시집 『동강의 높은 새』
저자소개
책속에서
시를 비롯한 예술품들은 이러한 탈신비화에 저항할 만한 존재조건을 간직하고 있다. 그것들은 마치 생명을 지닌 존재처럼 신비로운 속성을 간직하고 있어서 그것들을 함부로 취급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만든다. 그것들의 존재 가치는 상품의 매뉴얼처럼 조목조목 정리되지도 않는다. 그것들의 그러한 존재가치야말로 소진되지 않는 자연의 생명력에서 비롯되거나 유추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은 문명의 ‘필요조건’으로는 규명하거나 장악할 수 없는 신비감을 ‘충분조건’으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시에 대한 나의 친화감은 아마도 자연의 ‘충분조건’으로서의 생명력에 대한 그리움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콘크리트가 가로막는 자연의 생명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시에 드리워진 자연의 존재감을 찾아 나서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책머리에서」(6쪽)
현대사회에서도 시인이 자연을 노래해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근대 이후부터 현대사회로 진행될수록 삶의 모든 존재 조건과 가치가 도구적 쓰임새의 지배를 점점 더 받게 된 상황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를 이해하고 평가하는 척도로 도구적 쓰임새가 더 강조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존재의 중요한 가치가 결핍되고 존재의 중요한 속성들이 배제되는 삶의 허탈감과 불안을 느끼게 된다. 자연의 사물들은 이러한 삶의 허탈감과 불안을 되새기고 초극하려는 시인의 의지를 일깨우는 촉매제로 작용한다.
-「존재의 비의(秘意)를 찾는 여정」 (25쪽)
현대예술은 문명이 제공하는 삶의 필요조건을 진단하는 일에만 분주한 것이다. 현대예술은 삶의 필요조건이 은폐하고 있는 삶의 보다 큰 범주인 자연의 충분조건에 대한 탐색에는 인색하다. 그 탐색은 낡았으므로 더는 건질 게 없다는 판단이 삶의 피폐함을 수락하거나 피폐함에 중독되어 버린 자의 시선이라면, 문명의 필요조건과 대립하는 자연의 충분조건에 대한 탐색을 시도하는 시인의 시선은 그런 피폐함을 뛰어 넘으려는 꿈과 의지를 품고 있다.
-「자연의 충분조건과 문명의 필요조건」 (52~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