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의 대화

24년간의 대화를 옮기면서

제1장 김기영 감독, 영화를 시작하다
제2장 김기영 감독, 충무로에 오다
제3장 김기영 감독, 내 영화는 다르다고 말한다
제4장 김기영 감독, '화녀'로 흥행감독이 되다
제5장 김기영 감독, 작가주의에 눈 뜨다
제6장 김기영 감독, 감독의 수난시대를 말한다
제7장 김기영 감독, 몽유병의 세상에서 영화 만들다
제8장 김기영 감독, 다시 제작자로 돌아오다
제9장 김기영 감독, 외야에서 영화 만들기
제10장 김기영 감독, 부활을 꿈꾸다

내가 만난 김기영 감독님
인명색인

원래 나는 원작소설이나 남의 시나리오를 영화화할 때 그 원작의 30%정도 밖에 사용하지를 않아. 그건 원작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내 식으로 각색되어 다른 느낌의 시나리오가 만들어 지는 거지. 이를 테면 집을 짓는데 기초 정도로 원작이 필요하고 기둥이라든가 창은 감독의 취향으로 만드는 거야. - '2장 김기영 감독, 충무로에 오다' 중에서

내 영화는 모두가 멜로드라마를 기본 구조로 그 형식 속에 초현실주의니 다다이즘이니 하는 색깔들을 입힌 것이지. 그리고 그런 것들은 그렇게 하자고 해서 된 것이 아니고 모든 문학이나 예술장르에서 그 구분은 평자나 다른 쪽 분야의 사람들이 하는 것이니까. 단지 그때 내 생각에는 이제 비로소 김기영다운 것이 나왔다라고 생각 했을 뿐이야. - '3장 김기영 감독, 내 영화는 다르다고 말한다' 중에서

당시는 한국영화의 제작과 유통의 수급조절이 맞지 않아 우수한 영화들이 창고에서 사장되는 경우가 간혹 있곤 했지. 더욱이 제작자들이 영화제작을 기피하는 현상까제 이르게 되니 작업량의 감소로 영화인들의 생활고가 심각해지자 방화를 분기별로 4편씩 만들어 외화 한편을 수입하여 그 손해를 만회하여 한국영화가 만들어지고 그런 영화일수록 검열의 잣대가 분명해야 함으로 국책영화 아닌 국책영화를 만들게 된 거야. - '6장 김기영 감독, 감독의 수난시대를 말한다' 중에서

여지껏 내 영화는 그 누구의 통제와 간섭을 받지 않고 나에 의한 사고와 관찰의 표현법으로 영화를 찍었다. 그러다보니 가끔 나만의 돌출영상이 발생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간혹 당황하고 놀란 모습으로 내 작품을 대한다. 그러나 그런 당황스런 장면에 격찬하는 관객도 있다. '느미'는 결국 흥행에 실패했다는 이유 하나로 안일한 방법론의 플롯 어쩌구하는 것은 불만이 아닐 수 없다. 감독은 결코 한 장면도 안일하게 찍지 않는다. - '8장 김기영 감독, 다시 제작자로 돌아오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