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포스

시시포스는 가족을 찾아서 황폐해진 도시를 헤매고 다녔다. 보이는 것이라곤 온통 건물 잔해와 파편들 뿐이었다. 쓰러지지 않고 서 있는 집들도 꽤 됐지만 바람만 조금 불어도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대피했던 주민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와서 시시포스처럼 기둥이며 조각상이며 쓰러진 칸막이나 벽 같은 것들을 들어올리며 사랑하는 사람이나 물건을 찾았다. 도시 안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찾지 못하자 그는 도시와 궁전 사이 어딘가에서 그들이 죽었거나 아니면 동굴을 찾아 숨어들어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지진으로 갈가리 찢어진 길로 들어겄다. 길 일부는 아예 쓸려나가고 없었고, 여기저기 땅이 벌어진 틈에는 사람들이 끼여서 혹은 물을 달라, 혹은 차라리 자기를 죽여 달라고 애원을 하며 죽어가고 있었다. - 본문 496~497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