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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88537565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04-11-29
책 소개
목차
호출, 1995
안녕, 레나
자전거 타는 여자
외출
왜 던지지 않았을까, 소년은
이사
목포행 완행 열차
사루비아
햇빛 밝은
한 마을과 두 가래 길을 지나는 방법에 대하여
해설/ 레나, 성숙의 근거를 찾다_이명원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레나를 처음 만난 것은 토론방에서였다. 그날은 아침부터 운이 없는 날이었다. 회의와 상관없는 엉뚱한 자료를 복사해서 회의실에 들여보냈고, 원두커피를 추출하는 유리주전자를 깨트렸다. 내가 근무시간에 자주 접속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부장은 한번만 더 들키면 가만있지 않겠다며 경고를 보냈다. 주 거래처가 부도를 맞은 후 흉흉해진 공기는 아침에 출근한 사장이 회사를 닫거나, 사람을 좀 정리해야겠다는 말을 하면서 착 가라앉았다. 다들 무언가 언짢아 있었고, 그들에게는 내가 가장 만만했던 것이 틀림없다. 하루 종일 나는 여기저기 채이며 싫은 소리를 들었다. 나는 이발사처럼 대나무 숲에 들어가 땅을 파고 싶었다. ...사람들이 점심을 먹으러 간 사이, 나는 뭔가 큰 소리로 떠들 만한 방을 찾아 접속을 시도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레나가 있던 토론방이었다. 성희롱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던 중이었다. 성희롱뿐만 아니라, 성적 위험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었다. 내가 들어갔을 때는 미성년자 성폭행범에 대한 비난이 열기를 띠고 있을 때였다. 나는 사람들에게 초등학교 때, 다니던 학원 원장에게 성폭행을 당하고서는 한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옆집 언니의 이야기를 마치 내 이야기인 것처럼 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내게 싫은 소리를 한 부장과 꼭 같이 생긴 범인을 지어내며 나는 비로소 흡족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이 함께 부장을 욕했다. 바람이 불어도 임금님에게 고자질하지 않는 대숲. 나는 거짓말에 도취되어 있었다. 지금도 사람들이 너무 무서워요, 하는 말을 쳤을 때는 정말로 내게 그런 일이 있었던 것만 같은 서글픔과 부장에게 복수를 했다는 통렬함을 동시에 느꼈다. 거짓말을 했다는 죄책감은 느끼지 못했다. 없던 일을 꾸며낸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들이 왜 중벌을 받아야 하는지를 절실하게 표현했으니 좋은 일을 한 거라고 생각했다.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나는 퇴장명령어를 치려고 했다. 그때 불쑥 귀엣말로 메시지가 들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