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는 슬퍼라

1. 너 시 쓰니?
2. 삶의 온도
3. 육체는 슬퍼라
4. 남산 일기
5. 스무 살의 초상
6. 바다
7. 한밤의 슬픈 노래
8. 추방인가 해방인가
9. 그 해 봄 나의 성장
10. 그리운 모리나
11. 바다로
12. 길 바다 사람
13. 분향
14.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15. 내가 아는 기형도
16. 그녀가 어떻게 보이고 싶었을까
17. 네 개의 봄 노래와 산책
18. 조반니의 방
19. 한밤에서 새벽까지
20. 허무해 내 나이
21. 내가 가장 예뻤을 때
22. 사진들
23. 自跋

삶의 모든 편린 하나하나가 삶의 복제이며 원형이듯이, 그것들은 서로의 상징이 되기도 하는데 연애는 인간들 사이의 여행이라 할 수 있겠다. 연애란 지독히 사람 멀미가 심한 자도 멀미를 않게 하는 것. 인간 중의 인간인 연인은 걷는다. 찾아갈 곳이 있어서 그곳을 향해 걷는 것은 행복하다.

그녀는 걷는다.

길을 떠난 사람은 길 끝에 닿지 않는다. 길은 끝이 없다. 그 순간부터 그를 찾아가는 여행은 더욱 숨가쁘게 두근거리고 길은 긴장한다. 연인은 도처에서 연인을 보며, 그녀의 발이 딛는 것은 그의 장딴지이며 허리이다. 그런데 그녀는 그를 만니기를 원하는 것일까? 그가 단지 별빛, 닿을 수 없는 별빛이기만을 바라는 게 아닐까? 왜냐하면 그녀는 길을 사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