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89538431
· 쪽수 : 280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봉사를 위한 변명
1장 낯선 곳에서 이방인으로 살아남기
철 안 든 남자
복된 공간
하루의 시작
아루너, 이른 아침과 늦은 새벽이 만나는 시간
부끄러운 일
부자가 되는 방법
천 원의 행복
스승이 되다
혼자됨의 즐거움
졸업식 풍경
우리 엄마
2장 당신, 참 다르군요
트랙터 여행
작은 동물원 우리 집
비가 오는 랑카 풍경
내 친구가 되어 주세요
망고
이상한 동거
마루 쌀리
발러
스리랑카 나무에 대한 고백
우리 동네 헬스장
동네 한 바퀴
모기와의 전쟁
수두와 끼리 그리고 비건
역시 밥맛은 손맛!
가벼운 인생
세상을 살아가는 조금은 색다른 방법
3장 고쳐 생각하기 그리고 움직일 시간
그놈의 돈이 뭔지
찬터꺼의 집
킬리노치의 라메쉬 가족 이야기
때론 환경이 수업의 질을 좌우하기도 한다
페인트칠 소동
신경쇠약 직전의 남자
노가다 인생
원조유감
안 됩니다 교장선생님과 휴게실
주는 마음에 실수하는 것들
5장 차 밭 노동자의 아이들을 위해
빈곤의 고리
우리는 타밀 학교로 간다
연결과 접근
일 못 시키는 남자
Impossible? Possible!?
피로와 미인
문제가 발생했다
KOICA의 꿈, 준공식 그리고…
에필로그
꼬호머더, 랑카?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 책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의 해외봉사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스리랑카의 한 기능대학에서 2년간 건축교육을 담당하면서 있었던 일들을 재구성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안겨 준 스리랑카에서의 2년이라는 기간 동안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한 내용을 담았다.
소위 못산다는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이상하게도 그때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이 너무 좋았다. 그렇게 저개발지역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기 시작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대학과 대학원에서 건축과 도시를 공부하면서 자연스레 저개발지역의 건축과 도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개발의 경험이 분명히 저개발지역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저개발 국가들 역시 한국형 개발 경험을 배우길 원하는 줄 알았다.
‘기다려라. 내가 곧 한국의 우수한 건축과 도시의 비법을 전수하러 가리라.’
부끄럽지만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난 오만한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스리랑카로 갔다. 나에겐 어디로 가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난 그저 저개발지역을 개발하고픈 마음이 앞서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스리랑카로 날아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내가 틀렸음을 인정해야 했다. 세상 그 어디에도 정답이 있는 개발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게 우리나라에서 성공했던 개발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지역마다 다르게 살아가는 방법이 있음을 나는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 다름을 어떻게든 논리적으로 접근하고 분석하길 반복했다. 그리고 항상 우리의 기준과 가치로 그들을 판단하려고만 들었다. 그렇게 쓸데없는 곳에 힘을 쓰고 나서야 나는 그 다름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저개발국의 방법이 아무리 엉망진창이고 엉터리라도 누군가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어쩌면 또 하나의 폭력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난 마음이 편해졌다.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또 다른 대안으로 받아들일 여유가 생겨났다. 오만했던 친구가 너그러운 친구로 돌아온 것이다.
저개발지역은 이미 선진국들의 눈먼 투자를 위한 각축장이 되어 버렸다. 원조를 하기 위한 맹목적인 원조도 눈에 보인다. 가끔은 이게 과연 저개발국을 위한 것인지 선진국을 위한 것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었다. 하루는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가 어쩌면 식민지 정책의 변형일 수도 있겠다는 심한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물론 과거 유럽이 식민지 정부를 운영했던 방식과는 다르다. 그러나 저개발지역을 개발하려고 선진국이 투자에 앞장서고 후에 경제를 선점하는 방식은 비슷해 보인다. 그 방법이 조금 세련되어졌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어쩌면 공적개발원조도 역사의 뒤안길에서 지금과는 다른 평가를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모든 의문은 우리가 저개발국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일방적으로 흐르는 원조는 도움이 아니라 어쩌면 폭력과도 같은 행위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원조에 앞서 너와 나에 대한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스리랑카에서 지내면서 느꼈던 많은 생각들을 조금이나마 풀어보고자 한다. 봉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그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다름의 차이를 알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는 나 같은 오만한 봉사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
2년의 세월을 보내고 깨달았다. 봉사란 남을 돕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봉사란 어쩌면 우리가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기 위한 수단이 아닐까?
_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