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89548935
· 쪽수 : 192쪽
책 소개
목차
1부
소돔과 고모라
관포지교, 박윤지교
김약국의 딸
'親親親' 선생님
부러진 안경다리
길수아버님 전상서
미션 임파서블
황금박쥐
아, 초코파이!
2부
프레임 속의 루비
춘향이 미제빤쓰
수세식 똥, 재래식 똥
수우미양가
길동무 납치사건
바늘도둑 소도둑
사라진 보물1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혹시라도 놓고 나갔던 통이 발각될세라 나는 얼른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책상 맨 밑 서랍을 열어 거기 가장 깊숙한 안쪽에 문제의 그 통을 꼭꼭 감춰두었다. 아니, 가슴속 남몰래 연모하는 그녀를, 김약국의 딸을 꼭꼭 그곳에 숨겨두었다. 열세 살 내 가슴앓이 사춘기의 ‘감춤과 숨김의 미학’은 그렇게 서랍 속에서 은유적으로, 시적으로 그 후로도 몇 해를 더 꼭꼭 영글어 갔다.
- ‘김약국의 딸’중에서 -
그러나 체벌의 단연 압권은 대걸레자루였다. 엎드려뻗쳐 자세의 물렁물렁한 엉덩잇살에 퍽-퍽-퍽-퍽- 열 대고, 스무 대고 직성이 풀릴 때까지 있는 힘껏 내려쳤던 것이다. 마치 극악무도한 대역죄인을 의금부로 압송해 형틀에 사지를 묶어 사정없이 치도곤을 안기듯. 그러다가 대걸레자루가 그만 장력을 못 이겨 찌지직, 하고 두 동강이 날라치면 더 싱싱하고 탱탱한 두 번째, 세 번째 대걸레자루가 항시 순번대기하고 있었다. 그랬다. 나와 나의 억센 친구들은 엉덩이가 짓무르게 얻어터진 것도 추억이 되는 그런 시대를 살았던 것이다.
- ‘親親親선생님’중에서 -
그러한즉, 이 학년 저 학년, 그리고 이 반 저 반, 이 팀 저 팀, 그냥 마구잡이로 뒤섞여 게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자동적으로 또 이 공 저 공, 요 공 조 공, 한 코트 안에서 농구공들이 붕붕붕 떼로 날아다니게 됐다. 한창을 그러다 보면 게임을 시작했을 때 처음 가지고 놀던 공과 끝났을 때 가지고 있게 되는 공이 서로 다른, 웃지 못 할 일까지도 벌어졌다. 중간에 언제 어떻게 공들이 뒤바뀌게 됐는지 이놈들도 몰랐고 또 저놈들도 모르긴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 ‘부러진 안경다리’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