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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89776475
· 쪽수 : 150쪽
책 소개
목차
- 시인의 말
1부
내 유년의 절반은 / 고천암호에서 길을 잃다 / 출구를 찾아서 / 어두운 봄날 / 고래르 꿈꾸며 / 다시 죽변에 가서 / 진달래 묘원 / 그녀의 유배지 / 단내가 난다 / 씨옥수수 전 / 어느 토요일 오후 / 소리도 녹이 슨다 / 범선 한 척 / 낯선 숲에 들다
2부
하원 큰집 / 동백이 바다를 쓰다듬는다 / 썰물 질 때 / 지리한 물봉선 / 자귀나무 집 / 무화과나무 / 소리가 길을 연다 / 대합조개빗살무늬 / 풀잎 / 저 몸 보시 / 신갈나무 우화 / 은총 / 마른풀의 노래 / 하원을 지나며 / 무너지는 바다 / 소리의 무덤 / 대숲의 말소리
3부
탑골공원, 늦가을 / 정자동 숯불 바비큐집 / 시장 / 우화를 꿈꾸며 / 도깨비를 꿈꾸다 1 / 도깨비를 꿈꾸다 2 / 산역 / 아주 오래된 만찬 / 부끄러운 아침 / 오늘은 다만 / 천천 주유소 / 시끄럽다는 것은 / 어머니의 겨울
4부
따뜻한 연대 / 감옥에 갇힌 봄날 / 늦은 봄 편지 1 / 늦은 봄 편지 2 / 늦은 봄 편지 3 / 늦은 봄 편지 4 / 함박나무 가지에 걸린 봄날 / 폭풍주의보 / 가을 시편 / 가을편지 1 / 가을편지 2 / 초당에 내리는 눈 / 폭설 / 겨울 내소사
해설 - 세계를 관찰하는 두 개의 눈, 강경희
저자소개
책속에서
함박나무 가지에 걸린 봄날
거친 물살에 떠내려오다 말라죽은
함박나무 마른 가지를 움켜쥐고
SRS575GC 냉장고가 배를 쩍 벌린 채
모래밭에 반쯤 허리를 묻고 있다
창자를 죄다 쏟아낸 냉동실과 냉장실
잔모래와 자갈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거친 물살에 떠내려오다 긁히고 구겨진,
이젠 추억조차 아득해진 저 냉장고
불영계곡이 끝나는 수산다리 근처
함박나무 가지에 정물처럼 걸린
저 냉장고는 태풍매미의 전리품이다
제 길에서 벗어난 삶은 초라한 것일까
흙탕물 휩쓸고 간 계곡마다
아픔은 빗살무늬로 촘촘히 박혀 있지만
이대로 그냥 눈감을 수 없다는 듯
구겨진 냉장고 철판 사이를 비집고
연둣빛 떡잎들이 쏘옥 얼굴 내밀고 있다
태양이 붉은 울음 삼키며 사라질 때까지
모래밭에 아픈 허리를 찜질하는 저 냉장고
아직도 잠들지 못하는, 뿌리뽑힌
함박나무 멱살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